북한군인들이 가장 손꼽는 위문품은 도시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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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25일 북한군이 창건 85주년을 맞았다. 북한군은 이날 원산 일대에서 최대 규모의 화력시범을 벌이는 등 미국의 군사 압박에 무력시위를 벌였다. 관영매체들은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감안한듯 군에 대한 주민들의 지원을 촉구하며 군·민 일체를 강조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은 24, 25일 연이어 관련기사를 싣고 "조선인민군은 원군(援軍)을 자양분으로 백승을 떨친다"고 주장했다. 또 “군 창건 85돌이 되는 올해에 지성어린 원호물자들을 더 많이 마련하여 초소의 인민군 군인들에게 보내주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인민군대 ‘원호(援護)물자’란 군인들을 돕고 보살펴주기 위해 마련되는 물건이나 제품을 말한다. 군 창건일이 되면 북한의 중앙 행정기관과 공장·기업소 등에서 원호물자를 보낸다. 노동당 조직들도 주민들로부터 물자를 거두어 지정된 군부대를 방문한다. 종류는 다양하다. 학생인 경우 비누·치약부터 악기·책자 같은 문화용품까지 다양하다. 인민반(우리의 통·반과 조직)과 직장에선 돼지를 선물하기도 한다.

북한이 군 창건일(25일)을 맞아 각 단위별로 인민군원호물자를 마련하여 초소의 군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군 창건 85돌을 맞아 원호물자를 마련한 가족.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군 창건일(25일)을 맞아 각 단위별로 인민군원호물자를 마련하여 초소의 군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군 창건 85돌을 맞아 원호물자를 마련한 가족. [사진 노동신문]

병사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건 뜻밖에도 도시락이다. 대북소식통은 “원호물자가 말단의 군인들에게는 반갑지 않다. 좋은 것은 군관들이 차지하기 때문에 병사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건 '벤또'(도시락)"라고 말했다. 부대 인원수 만큼 가져가는 도시락은 쉽게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빼돌리기 어렵다. 병사들이 앉은자리에서 먹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환영받는 것"이란 설명이다.

도시락의 경우 주민들이 집에서 준비한 것을 직장들에서 모아 가져가다보니 음식이 질이나 구성이 제각각이다. 어떤 도시락이 자기 차례로 올지는 그야말로 그날 운수다. 평상시 제대로 먹지 못하는 북한 군인들은 늘 배고픔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지휘관들이 식량을 빼돌리는 현상까지 만연해 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량부족은 북한군에서 탈영병이 많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고위 탈북인사는 “도시락을 원호물자 선호도 1순위로 꼽는다는 건 그만큼 병사들의 복지가 엉망이란 얘기"라고 말했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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