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은 중국의 일부” 발언 논란에 “워싱턴에 알아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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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고 말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중국 정부가 신중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외교부 대변인, 연이틀 관련 질문에 동문서답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의 진위에 대한 질문에 “어제 이미 대답했다. 한국 국민은 우려할 필요 없다.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매우 깊게 충분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관련 상황은 이미 제 때 발표했다”며 전날 발언을 동일하게 반복했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올린 브리핑 공식자료에 두 차례 나왔던 관련 질의와 응답을 올리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민감한 질문의 경우 공식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 이번 발언도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관영 신화통신을 포함한 당 기관지 인민일보, 중국중앙방송(CC-TV)도 관련 소식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중국 환구시보가 21일 중국 매체로는 유일하게 시진핑 주석이 했다는 "한국은 중국의 일부" 발언 관련 사설을 싣고 "한국은 왜 민감하고 자신감이 없나"라고 지적했다. [사진=환구시보]

중국 환구시보가 21일 중국 매체로는 유일하게 시진핑 주석이 했다는 "한국은 중국의 일부" 발언 관련 사설을 싣고 "한국은 왜 민감하고 자신감이 없나"라고 지적했다. [사진=환구시보]

중국 여론까지 자극해 한·중 국민간 감정 다툼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포퓰리즘 성향의 환구시보가 오늘자에서 유일하게 관련 발언을 사설로 다뤘다. 사설은 “이것(시진핑의 '원래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분이었다'는 발언)은 트럼프의 인용이고, 또 언론이 보도하면서 재인용한 것일 뿐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 말은 분명히 ‘공식 기록’이 아니다”며 "미국이 도대체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 서울이 알고 싶다면 마땅히 워싱턴에 가서 찾아야지 베이징에 말하라는 것은 분명 틀린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국 외교부가 공개적으로 베이징에 질의한 것은 외교적으로 큰 실례이며 한국을 그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대 한국이 이룬 한국 민족 역사상 전례 없는 성취를 중국인은 존중한다. 한국은 왜 이렇게 민감하고 자신감이 없나”라며 “중국은 서울과 역사문제 논쟁을 시작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일관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3자인 싱가포르 매체는 미국을 비난했다. 싱가포르 중국어 신문 연합조보는 21일 “트럼프가 지난 18일 FOX TV 인터뷰에서도 김정은을 거론하며 '내 전임자인 클린턴과 오바마가 이 선생(김정은)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지만 사실 클린턴이 만난 인물은 김정은의 부친 김정일이었지 김정은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북한 문제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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