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 조기총선안 522대 13 압도적 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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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국 하원이 테리사 메이 총리가 제안한 조기총선 발의안 가결시켰다. 19일(현지시간) 치러진 표결에서 재적의원 650석의 3분의 2를 넘는 찬성 522표로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 결정됐다. 반대는 13표였다. 이에 따라 영국은 오는 6월 8일 총선을 치른다.

야당 ‘하드 브렉시트’ 흔들 기회 #메이 총리의 승부수 받아들여

표결에 앞서 열린 토론에서 메이 총리는 “총선이 강한 영국의 미래를 열어 줄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해 줄 것”이라며 “앞으로 5년간 영국엔 안정적인 정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선 수용 뜻을 이미 밝힌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조기 총선을 거부하다 말을 바꾼 메이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메이 총리는 “분열을 불식하기 위해서 총선을 실시하려 한다”고 발표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국론을 통합하겠다는 의지다. 이날 도이체방크도 “조기 총선은 2019년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끝내야 하는 영국의 부담을 없애줄 것”이라며 “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발표가 브렉시트 협상과 파운드화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가 승리해 안정적인 리더십을 얻으면 영국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긍정 전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의 재집권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제1 야당인 노동당과의 의석수 차이도 훨씬 벌어질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선거 전문가를 인용해 “보수당 의석은 331석에서 395석까지 늘고, 노동당은 229석에서 116석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메이 총리의 모험이 반대파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내부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당이 패배가 유력한 총선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이유도 이런 ‘기회’ 때문이다.

보수당이 우세한 가운데 거론되는 최대 변수는 브렉시트 반대파의 표심이다. 특히 메이 총리가 유럽연합(EU)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까지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하면서, 이들의 불안감은 증폭된 상황이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이미 브렉시트 반대운동을 재점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온라인 매체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그는 “어떤 정당이든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를 저지할 후보에 표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도 “하드 브렉시트의 재앙을 피하고 싶은 이들에게 우리 당이 미래를 바꿀 기회”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코빈 노동당 대표도 브렉시트 반대 표심을 믿고 호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조기총선 수용은 이참에 독립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보인다. 독립 투표를 추진 중인 스코틀랜드는 조기총선의 최대 승부처다. 보수당이 확실히 승리해야 브렉시트를 위한 ‘통합’을 이뤄낼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카이TV 등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의석 59개 중 56석을 차지하고 있는 SNP는 이를 수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 총리와 대결 중인 SNP 니콜라 스터전 대표로서는 해볼만한 싸움인 것이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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