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무용가 줄 이은 만추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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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늦가을, 무용공연 무대가 크게 붐비고 있다. 11월 한 달에 주로 집중된 중견 및 신인무용가들의 서울지역 공연만도 줄잡아 20개. 지난달 31일 약3주간 계속된 제9회 대한민국 무용제가 막을 내린 직후부터 무용공연이 연잇고 있다.
이미 창무회 정기공연(6∼7일), 도정임발레(7일), 국립국악원 무복 및 무고발표회 (11일) 등이 열렸다. 이제부터의 공연은 특별히 문일지 배정혜 채상묵 민준기씨 등 중견 무용가들의 발표무대가 연잇고 있어 특별히 관심을 모은다.
87년에 들어와 서울 시립무용단 (단장 문일지)의 첫 창작무대 공연이 될 이번 제143회 공연은 허근욱씨의 단편소설을 무용 극화한 『멩가나무 열매이야기』 20일 하오7시, 21일 하오4시·7시 세종문화회관 소극장무대에서 공연된다.
6·25 전쟁속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모두 잃고 미쳐 죽음에 이르게되는 비극적인 여성 소희의 삶이 주제.
안무와 출연을 겸하는 문씨는 이번의 공연에서는『춤을 통해 전쟁의 비참함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새로운 무용언어를 창출하는데 주력했다』고 밝힌다.
무용단(대표 배정혜)의 제4회 정기공연 배정혜의 춤 『유리도시』는 21∼22일 하오7시 문예회관 대극장무대에서 공연된다.
이번 무대는 최첨단의 현대도시에서 비인간화 해가는 인간의 모습과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은 것. 현대도시의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비닐의상이 등장하고 무대장치 또한 기계적인 현대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유리도시』는 춤 경력 40년의 중견무용가 배씨가 10년만에 갖는 무대라는 점, 한국 춤으로 최첨단의 도시 이야기를 어떻게 무대위에 형상화할 것이냐는 점에서 일반의 관심을 크게 모으고 있다.
오는 27∼29일 (하오4시30분· 7시30분) 창무춤터에서의 채상묵의 춤『님』은 「대중가요와 한국무용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도의 공연.
작고한 가수 김정호씨의 노래『님』을 다시 김수희씨가 국악화하여 부른 노래의 이미지를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직접 안무하고 춤을 추는 채씨는 『님은 절대적인 것을 향해 가는 인간의 영원한 그리움』 이라고 얘기한다.
한편 민준기씨 (숭의여전교수)는 29∼30일 하오7시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내시』 (전5장)로 창작무용발표회를 갖는다.<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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