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간 늘려 광고 끼워넣기 … 지상파 ‘꼼수’ 중간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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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12일 MBC 예능 ‘라디오스타’ 방송 화면. 방송 도중 ‘1분 후 더 재미있는 2부가 옵니다’라는 자막이 뜨고 있다. [사진 MBC 캡처]

지난 12일 MBC 예능 ‘라디오스타’ 방송 화면. 방송 도중 ‘1분 후 더 재미있는 2부가 옵니다’라는 자막이 뜨고 있다. [사진 MBC 캡처]

MBC 예능 ‘라디오스타’의 애청자인 직장인 문모(31)씨는 지난 12일 ‘라디오스타’를 보다 당황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인디밴드 ‘신현희와 김루트’의 신현희가 코믹 댄스를 추고 난 뒤 갑자기 ‘1분 후 더 재미있는 2부가 옵니다’라는 자막이 걸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광고로 넘어가 1분 동안 4편의 광고를 봐야만 했다.

60~70분짜리 프로 90~120분 확대 #1·2부로 나눠 중간에 1분 광고 #간판 예능 이어 드라마에 도입 추진

지상파들이 간판 예능프로그램을 1·2부로 나누는 쪼개기 편성을 하면서, 편법 중간광고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12일 ‘라디오스타’를 2부로 나눠 방송한 MBC는 14일 금요일에도 ‘나혼자 산다’와 ‘발칙한 동거-빈방 있음’을 1부와 2부로 나눠 내보냈다. 앞서 9일부터는 120분짜리 ‘복면가왕’을 1·2부로 나눠 편성했다. 이전까지는 120분 통편성됐던 프로다.

SBS는 지난해 12월 ‘K팝스타6’를 2시간짜리로 확대편성하면서 1부와 2부로 나눴고, VOD까지 각각 따로 판매했다. 지난달 26일부터는 일요일 예능 ‘런닝맨’을 70분에서 90분으로 확대편성하면서 1·2부로 쪼개 방송하고 있다. 같은 날 새로 선보인 ‘판타스틱 듀오’ 시즌2 역시 1·2부로 나눠서 방송 중이다. SBS는 5월 중 시작하는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수상한 파트너’, MBC는 5월 10일 첫 방영하는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을 2부로 쪼개는 등 드라마까지 분할 편성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국내 방송법은 시행령을 통해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지상파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시청 흐름을 방해받지 않는 등 시청자 주권(主權)을 고려해서다. 반면 유료방송에서는 45~60분 프로그램 기준 최대 1분 가량 중간광고가 허용돼 있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지상파와 달리 시청자가 선택하는 유료방송이라는 특성을 고려한 ‘비대칭 규제’의 일환이다.

지상파 “중간광고 아닌 프로그램광고”

중간광고는 광고효과가 높아 일반 광고에 비해 1.5배에서 2배 가량 광고비가 비싸다. 시청자단체들의 반대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끊임없이 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해온 이유다. 지상파 방송의 쪼개기 편성은, 인기 프로의 경우 기본 60~70분에서 90~120분으로 러닝타임을 늘이는 확대 편성과도 맞물려 있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시간대를 늘이고 광고를 몰아주는 전략이다.

지상파 관계자들은 ‘꼼수’ 중간광고 논란에 대해 “중간광고가 아닌 일반 프로그램 광고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MBC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1부와 2부의 시작과 종료를 분명히 안내하고 있고, 프로그램 타이틀을 3초 이상 넣는 등 프로그램을 명확히 나눠 법적으로 봤을 때 중간광고가 아니다”라며 “이를 통해 돈을 벌려고 했다면 시청자의 관심이 고조되는 중요한 순간에 끊어서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 홍보실측도 “모바일 시청 등으로 시청 패턴이 많이 바뀌었고 프로그램이 길어지면서 거기에 맞춰 새로운 편성 전략을 도입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료방송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유료방송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일반 프로그램 광고라고 하지만 광고시간이 60초를 넘지 않는 등 중간광고와 흡사하다”며 “나중에는 광고효과가 높다며 광고비를 올려받거나 VOD를 쪼개파는 등 수익을 높이기 위한 사전조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상파는 나뉘어진 1·2부가 개별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면서도 VOD는 한 편으로 제공하는 등 자기모순적”이라 고 했다.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장봉진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장은 “형식적으로는 방송법 시행령에 위배되지 않는다”면서도 “프로그램과 광고가 명확히 구분 됐는지, 시청 흐름에 심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지 등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시청자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쪼개는 ‘꼼수’를 쓰는 건 법망은 피해갔을 지라도 ‘시청권’과 시청자의 복지를 무시한 적절치 않은 행태”라고 꼬집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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