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공고히 하되 10년내 자주국방 갖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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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사진)대통령은 15일 "우리의 안보를 언제까지나 주한미군에 의존하려는 생각도 옳지 않다"며 "앞으로 10년 내에 우리 군이 자주국방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정보.작전 능력을 보강하고 군비.국방 체계도 그에 맞게 재편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盧대통령은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개최된 제58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미국의 전략이 바뀔 때마다 국론이 소용돌이치는 혼란을 반복하고 대책없이 미군 철수 반대만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며 이젠 현실의 변화를 받아들일 때가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국민 한쪽에선 주한미군 일부가 축소되거나 배치만 바뀌어도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며 재배치를 반대하고, 일부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주한미군이 나라의 자주권을 침해한다며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쪽 모두 지난날 이념 대결 시대의 논리에 매몰돼 역사와 현실을 냉정하게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盧대통령은 "자주독립 국가는 스스로의 국방력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군은 아직 독자적 작전수행 능력과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盧대통령은 특히 "주한미군의 실질적 전력이 약화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부대의 재조정도 수용하려고 한다"며 "용산기지는 가능한 한 최단 시일 내에 이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한미군 2사단의 재배치 등 전반적인 재조정은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상황에 맞춰 그 시기를 조절해 시행토록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주국방을 하더라도 한.미동맹 관계는 더욱 단단하게 다져 나가야 한다"며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결코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의 관계"라고 부연했다.

대북 관계와 관련, 盧대통령은 "2000년 남북 공동선언은 남북한만의 합의가 아니라 세계를 향한 평화의 약속이었다"면서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盧대통령의 언급은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6자회담을 앞둔 북핵 문제에 대해 盧대통령은 "이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으며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는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해 앞장설 것이며 남북간 평화체제 구축과 군사 신뢰 구축을 위한 협의를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회장의 자살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 경협과 관련, 盧대통령은 "현재 추진 중인 각종 협력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금강산관광 사업도 계속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노사 간 갈등과 대립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선진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대책을 곧 내놓겠다"고 밝혔다. 또 "주택가격 등 부동산 안정대책은 지속해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축사 전문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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