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흡연 천국 오명 벗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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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이 담배 생산에 재갈을 물리겠다고 나섰다. '세계 최대의 흡연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취지다. 흡연자 비율을 후진성 지수로 여기는 세계적인 추세를 의식한 조치다.

◆ 담배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중국의 제네바 주재 유엔대표단 단장인 사쭈캉(沙祖康)은 7일 제네바에서 열린 '담배 통제를 위한 국제보건기구(WHO) 협약' 회의에서 ▶중국 내 신규 담배합작공장 설립을 금지하고▶담뱃잎에 대한 세금을 올리며▶담배제조공장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담배산업 규제책을 발표했다. 국제적인 수준에 맞게 담배에 대한 법적 규제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중국 정부는 협약 내용의 실천에도 적극성을 보였다. 중요한 공약도 발표했다.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을 '담배 없는 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내용이다.

◆ 법 개정해 내부 단속에도 나서=사 단장은 담배 관련 소프트웨어 정비 계획도 공개했다. 즉 ▶법 개정을 통한 공공장소 내 흡연 단속 ▶담배공장의 경영 합리화▶담배 광고 또는 판촉활동, 담배회사의 찬조행위의 금지와 제한▶담배의 불법거래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천명했다.

사 단장은 "중국 정부는 2003년 11월 담배통제협약을 체결한 직후 곧바로 담배전매법, 광고법, 공공장소 위생관리법 등의 법 개정을 통해 담배 관리에 고삐를 조여 왔다"고 말하고 "앞으로는 담배공장의 구조조정, 담배의 불법거래, 청소년에 대한 담배 판매 제한 등에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공언했다.

◆ 경영합리화 통한 경쟁력 제고에도 관심=이러한 조치가 단순히 담배생산만 억누르겠다는 것은 아니다. 담배공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담배의 질을 높이고 이를 통해 국제경쟁력 강화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속셈도 깔려 있다.

전매총국의 싱완리(刑萬里) 대변인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2~3년 안에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10개 내외의 국제적인 대형 담배공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 중국은 여전히 담배 천국=중국은 세계 최고의 담배 천국이다. 우선 흡연인구가 3억2000만 명으로 세계 최대다. 인구가 많으니 숫자가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하지만 인구당 흡연 비율(36%)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담배 한 갑의 평균 가격은 미화로 약 8센트(80원)로 매우 싼 편이다. 이 때문에 매년 120만 명 정도가 흡연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고 WHO는 집계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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