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나] 혜리가 처음으로 직접 뽑는 대통령 “당당히 투표하고 인증샷 날릴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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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기억 중 잊지 못할 장소들을 꼽으라면 그중 한 곳이 숙소 근처 동네 주민센터다.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가 있었고, 바로 그곳에 투표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남들 다 하는 투표지만, 나로선 첫 투표였다. 아침부터 긴장을 했다. 신곡 발표를 위해 첫 무대에 오르기 전의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가벼운 옷차림으로 숙소를 나서면서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은 꽤 씩씩했던 것 같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 본 투표소였다. 내 손으로 누군가를 뽑는다는 게 신기하고 놀라웠다. 조심조심 내가 고른 후보자 이름 옆에 표시를 하고는, 그래도 또 혹시나 무효표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몇 번이나 확인에 확인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는 투표함으로 직행. 투표를 마쳤을 때는 ‘나도 이제 어른이다’란 생각에 뿌듯했다. 어쩌면 그 순간이 나에게는 ‘성인식’ 같았다.

이제 곧 내 손으로 처음 대통령까지 뽑는 날이 온다. 내 소중한 표를 어떤 후보에게 줄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걸스데이 멤버들이나 다른 아이돌 친구들과도 만나면 자연스럽게 선거 얘기를 하게 된다. 틈이 나면 휴대전화로 이 후보의 공약은 뭔지, 저 후보의 얘기는 틀린 게 없는지 찾아보기도 한다.

나 같은 젊은 사람들이 선거에 더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특히 이번에 투표권을 갖게 된 ‘동생’들은 꼭 투표했으면 한다. 내가 경험했던 뿌듯함을 느끼도록 말이다. 더욱이 투표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고도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관심, 이웃에 대한 관심, 그리고 나라에 대한 관심. 이런 관심이 모이고 뭉쳐야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5월 9일 대통령 선거일에도 당당하게 투표하고 멋지게 ‘투표 인증샷’을 날려야겠다.

가수 혜리(걸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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