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합니다” 인사 나눈 문·홍 … 눈길도 안 준 문·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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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대 뒤의 대선후보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TV토론 녹화 전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 4층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리허설 때 후보들은 정책을 설명하는 PPT(PowerPoint, 발표에 사용하는 문서)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열심히 뭔가를 적거나 PPT의 문장을 소리 내 읽으며 화면을 향해 연신 미소를 지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내) 설명이 끝나면 이거(리모컨) 드립니까. 여기 서면 됩니까”라 며 절차를 확인했다.

홍 토론 땐 “문, 북한 갈거냐” 강공 #문 “북핵 폐기한다면 안 갈거냐” #문, 유승민을 “유시민” 부르기도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서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가장 우측에 앉은 문 후보가 가장 좌측에 앉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향해 “홍 후보 말씀 해보십시오. (내가) 끝이라 안 들릴 수 있어서”라고 말을 걸었다. 이에 홍 후보가 “그래요? (문 후보) 신수가 훤합니다”고 답해 모든 후보가 웃음을 터뜨렸다. 안 후보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TV토론 몇 번 해봐요”라고 말을 건넸다.

리허설 때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불편하지 않은 질문을 하겠다”고 했으나 토론이 시작되자 예상대로 강공을 폈다. 과거 후보 수락 연설에서 “문 후보와 (토론을) 붙여주면 10분 내에 제압할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그다. 하지만 오히려 10초 만에 되치기를 당했다.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집권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말은 취소하겠느냐”고 공세적으로 나왔다. 이에 문 후보가 “북핵을 폐기할 수 있다면, 홍 후보는 (북한에) 안 가겠느냐”고 받아쳤다. 문 후보는 지난해 12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북 중 어딜 먼저 가겠느냐’란 질문에 “북한을 먼저 가겠다. 단지 사전에 그 당위성에 관해 미국·일본·중국에 충분한 설명을 할 것”이라고 했었다. 북핵 폐기라는 전제를 달지 않았다. 홍 후보는 그러나 머뭇거리며 “(문 후보가) 공공 일자리를 83만 개 만들겠다고 하는데, 세금 나눠 먹기”라고 말을 돌렸다. 문 후보는 “81만 개”라고 정정했다.

문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 후보와의 문답 때 각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이재명’, 유 후보를 ‘유시민’으로 잘못 발음했다.

심·문·홍 후보가 첫 질문 상대로 안 후보를 지목했다. 안 후보는 “세 분 다 저부터 시작하는 걸 보니 제가 제일 주적인 것 같다”고 했다. 안 후보는 토론회가 끝난 후 “가능하면 매일 이런 토론을 통해 국민들이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오늘 토론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만족한다”고 했다. 홍 후보는 “할 말 하고 나왔다”며 “오늘 토론을 계기로 맹렬하게 숨은 민심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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