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메신저 '그룹 송금' 기능 추가…결제 시장 참전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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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새로 시작한 '그룹 송금' 서비스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새로 시작한 '그룹 송금' 서비스 [페이스북]

요즘 식사 비용을 각자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위해 식당 카운터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현금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고, 자신의 식사비를 송금하는 일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현대인들의 이런 심리를 파고들었다. 같은 채팅방에 있는 사용자에게 그룹 또는 개별적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그룹 송금’ 기능을 추가했다.

포브스 "사용자 10억 명, 서비스 확대 문제 없어" #페이스북 "사용자 편의 기능일 뿐" 확대 해석 경계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페이스북이 11일(현지시각)부터 그룹 송금 기능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개인용 PC 사용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방식은 단순하다. 금액을 입력하고 달러 기호의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만으로 그룹 전체나 개별 채팅방 참여자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 돈을 부치면 5일 이내에 은행 계좌로 입금된다. 채팅창을 통해 누가 이체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수수료는 없다. 식당에서 더치페이하거나 회비를 걷을 때, 단체 선물 등을 보낼 때 많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그룹 송금 기능을 추가한 것은 사용자를 한 채팅방에 묶어 네트워크 효과를 높이는 한편 ‘간편결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간편결제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알리바바·이베이·애플·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페이스북은 간편결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앞으로 간편결제 툴 애플리케이션의 경쟁은 더욱 격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 등으로 간편결제 시장은 2015년 4500억 달러(약 514조원)에서 2019년 1조800억 달러(약 1234조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간편결제망을 갖추면 오픈마켓에 뛰어들기도 용이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소비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기존에 신용카드사가 쥐고 있던 결제 시장의 패권이 온라인 플랫폼을 쥐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포브스는 “10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 메신저가 간편결제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재 글로벌 간편결제 시장의 1위는 4억5000만 명의 사용자를 가진 알리바바(알리페이), 2위는 1억9700만 명의 이베이(페이팔)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경쟁을 의식한 듯 “그룹 송금 기능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지불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사실 페이스북은 예전에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일부 제공해왔다. 2007년 게임 플레이어와 광고주들을 위한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했고, 2015년에는 개인 간(peer to peer) 결제 서비스를 개시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매일 100만 건 이상의 간편결제가 일어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 정보를 암호화해 관리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미 실력 있는 간편결제 사업자인 셈이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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