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북미 삼림지대 보호구역 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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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환경단체와 벌목업체가 손을 맞잡고 200만㏊(남한 면적의 약 20%)에 달하는 삼림을 보존키로 약속했다. 10년에 걸친 논쟁과 협상 끝에 얻어낸 '결실'이다. 뉴욕 타임스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정부와 원주민.벌목업체.환경단체가 모두 참여한 회의에서 그레이트 베어 삼림을 보존하기로 7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 10년 노력 결실=그레이트 베이 삼림을 보존하기 위한 운동이 벌어진 것은 10년 전부터다. 당시 벌목업체들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부근의 삼림에서 벌목을 다 하고 그레이트 베어 삼림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시에라 클럽.그린피스 등의 환경단체들은 '보이콧'으로 대응했다. 이 삼림에서 벌목한 목재로 만들어진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이들은 목재회사에 항의 엽서를 보내는가 하면 주주회의가 열리는 날 집회를 열었다. 삼림에서 원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이 인간띠 잇기 시위도 벌였다. 이런 보이콧 운동은 미국.일본.유럽 등에서 목재를 판매하는 기업에 영향을 미쳤다. 1999년 하드웨어 업체인 '홈 디포트'가 "그레이트 베어 목재로 만든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목재 회사들도 환경운동가들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 시작했다.

◆ 동물, 원주민 문화까지 보존=이번 합의에 따라 벌목업자들은 400만㏊에 달하는 구역에서는 여전히 벌목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학적으로중요한 폭포, 곰 서식지, 어류 산란지 등은 피해야 한다. 원주민들의 권한도 강화됐다. 원주민들이 전통적으로 중요시하는 구역도 '보존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합의에 캐나다 연방정부가 동의하면 1억 달러의 펀드를 조성해 5000명 이상의 지역 원주민이 생태관광, 어패류 양식산업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 모범 사례=환경단체들은 이번 합의를 '혁명'에 비유하고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한 환경단체의 책임자인 머랜 스미스는 "지금까지 자연을 '산업적'측면에서만 접근했다면, 이번 합의는 앞으로는 어떻게 관리.보존해야 하는지 획기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학자들도 "흑곰과 회색곰을 비롯해 희귀종 늑대 등 야생동물 보존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합의를 반기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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