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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동상 세울까 말까…고민에 빠진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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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 있는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가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 건립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데다 대통령 기념사업회 구성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명박·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은 퇴임 직후 재단이나 기념사업회가 구성돼 대통령 이름을 딴 기념관이나 도서관을 지었다. 박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대통령 기념사업회 구성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청남대는 1983년 조성됐다. 전두환·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여름 휴가 등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일반에 개방했다.
 청남대 개방 후 충북도는 역대 대통령 동상을 설치해 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깅 코스 중간에 있는 대통령광장에는 이승만부터 노무현까지 전직 대통령 9명의 실물 크기 동상을 세웠다.
 청남대관리사무소는 2015년 2.5m 높이의 대통령 동상을 추가 제작했다. 청남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이름을 딴 탐방로에 이들의 동상을 세웠다. 대통령 길이 없는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 전 대통령 동상은 청와대 모양의 역사교육관 앞에 설치했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박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무렵에 맞춰 동상 건립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통령을 지냈다고 해서 아무나 동상을 건립할 수는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은 파면당하고 법정에 서게 되는 만큼 민심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남대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아직 박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회가 구성되지 않아 동상 건립을 논의할 주체가 없고 주민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역대 대통령들과 형평성을 맞추려면 박 전 대통령의 동상도 건립해야 한다는 게 충북도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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