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이웃」의 역할|다케시타 정권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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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은 5년간의 「나카소네시대」에 막을 내리고 새로 「다케시타시」 를 열었다.
중·삼량원은 6일 자민당의 「다케시타」(죽하등) 신임 총재를 제74대 수상으로 정식 지명했다. 새 수상은 즉각 조각, 제1대 「다케시타」 내각을 발족시켰다.
「나카소네」 를 거물 「루스벨트」에 대칭시켜 그 후임자 「다케시타」를 「일본의 트루먼」 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새 수상에 대한 내외의 기대는 별로 크지 않다.
올해 63세의 「다케시타」 수상은 이른바 일본 뉴 리더(신지도층)의 한 사람으로 다섯차례의 대장상을 지낸 경제통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미 세번 한국을 방문한바 있고 내년2월 대통령 이·취임식에 참석키위해 서울에 오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다케시타」 수상은 특히 조정능력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어느 일본 지도자 못지않게 국수주의적 측면이 강하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력히 주장해온 인물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한·미·일 3각 관계를 대외관계에서 가강 중요한 기축으로 삼아왔다. 묘하게도 이 3국이 모두 금명년 사이에 지도자를 교체하게 돼있다. 그런 점에서 「다케시타」수상의 정책은 더욱 관심의 대상이다.
일반적 관측으로는 「다케시타」내각 정책은 종래의 자민당 기본노선에서 벗어남이 없이 「나카소네」 정책을 큰 수정없이 지속시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사정은 다르다. 우리는 이제부터 민주화와 정권교체의 격동기에 들어선다.노사분규를 비롯한 사회적 소요현상도 더욱 표면화될 전망이다. 특히 88올림픽을 치러야 하며 북한과의 관계변화도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새로운 차원의 한일협력관계의 확립이다. 그것은 「함께사는 이웃관계」 여야 한다.
우선 제기되는 문제는 한국의 대일무역적자의 개선이다. 엔화 강세이후 이 무역역조는 더욱 심화돼 왔다. 그런데도 일본은 기술협력과 교역개선에 인색해 왔다.
둘째는 대북관계의 보조일치다. 최근 일본은 평양과의 접근을 새로 시도할 기미를 보여왔다. 일본의 대북관계는 한국의 대북관계와 보조가 일치될 때 비로소 한반도문제가 한일양국에 유리하게 풀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째는 역사교과서 왜곡등 일본의 대한편견의 시정이다. 이것은 양국관계 개선에 중대한 지장일뿐 아니라 일본의 국익에도 중대한 장애요인임을 알아야 한다.
전임 「나카소네」 수상이 「일한신시대」의 깃발을 내걸고 양국협력관계 증진에 노력한 사실을 우리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의 대한정책결과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협력 4O억달러의 타개와 재일교포의 지문문제, 우익세력의 반한동태제동등에서 보여준 그의 명쾌한 결단은 양국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움터·서 자라고 있는 「나카소네」수상의 「일한신시대」정신이 「다케시타」정부에 의해 더욱 아름답게 꽃피고 알차게 결실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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