過猶不及, 過恭非禮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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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호 18면

Devil’s Advocate

지난달 31일 서울모터쇼 개막식에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정호 국토교통부 차관,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등이 얼굴을 비쳤다. 그렇지만 이들을 모시기 위해 자동차 업체들은 온갖 정성을 쏟아야만 했다. 개막 하루 전인 30일 프레스데이부터 각 업체 전시장에는 ‘장관님 방문을 환영합니다’ 같은 글귀가 대형 스크린에 내걸렸다. 고위 공무원들이 전시장을 돌아보는 동안 관람객들은 밖에서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모터쇼를 주최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이런 의전을 주도했다. 김용근 KAMA 회장은 산자부 차관보 출신이다.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진들도 과잉 의전에 한몫 거들었다. 정부의 입김이 강한 한국에서 기업인들은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터쇼에서까지 과잉의전 문화가 판치는 건 한국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중국에서도 베이징·상하이 모터쇼에 고위 공무원들이 전시장을 훈시하듯 돌아다니지 않는다. 청소부와도 주먹을 마주치며 인사하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람객·기자들과 뒤섞여 신차를 감상하고 실무자들과 의견을 나누는 장·차관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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