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가습기 살균제 태아 피해도 인정하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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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산모의 태아에 대해서도 피해를 인정하고 정부가 의료비나 장례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1차 환경보건위원회(위원장 이정섭 환경부 차관)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드러난 후 지금까지 출생 이후의 어린이에 대해서만 피해를 인정했고, 태아에 대해서는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산모가 폐질환 피해가 인정된 경우라야 #유산,사산,조산,저체중아 출산 등 인정 #의료비나 간병비, 장례비 등 정부가 지원

이번 결정에 따라 산모가 임신 전후에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면서 유산·사산 등 피해를 본 경우 앞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된다.

또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 태아곤란증이나 이것과 관련된 의학적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지원을 받는다.
유산은 임신 20주 이전 혹은 체중 500g 미만의 사망 상태로 출산한 경우를, 사산은 20주 이후 사망 상태로 출산한 경우우, 조산은 37주 이전에 출산한 경우다.
태아곤란증은 태아가 자궁 내에서 호흡 기능이나 순환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환경부는 또 출생아에서 발생한 문제가 산모의 상태와 의학적으로 연관이 있는 경우도 전문가 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태아 피해를 인정받으려면 산모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질환에 걸린 것이 확실하거나(1단계), 개연성이 있는 경우(2단계)라야 하고, 임신 중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임신 중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지 않았더라도 임신 이전에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함으로써 산모가 1, 2단계 폐 질환 피해를 보았고, 산모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한 결과로 유산과 사산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지원 대상이다.

환경부는 산모가 폐 질환 1, 2단계가 아닌 경우나 자료 부족으로 판단이 어려운 경우는 지원 대상에서 일단 제외하기로 했다.
환경부 서흥원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추가 신청이 있을 수 있어 현재로써는 태아 피해자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기존에 산모 피해를 신청한 경우 전문가 위원회에서 태아 피해에 대한 추가 검토와 판정을 내릴 계획이고, 태아 피해만 신청한 경우는 산모의 피해 여부부터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아 피해에 대한 정부의 지원 범위는 기존의 폐 질환에 대한 지원금 규모에 맞춰 지원될 전망이다. 의료비는 인정 질환에 대한 치료비용이. 장례비는 252만원이 지원된다. 간병비는 의료기관의 경우 월 5만8000~8만2000원, 비의료기관인 경우는 월 4만1000~6만70000원이 지원된다. 생활자금은 별도의 등급 산정 기준을 마련해서 지원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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