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신문 "조총련 최고위 간부, 북한이 김정남 살해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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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최대 친북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최고위 간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북한 당국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26일 조총련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조총련 간부들은 김정남 살해 사건에 대해 “한미 양국의 모략에 의한 범행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조직 내에선 범행을 주도할 수 있는 입장인 김정은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의 해외공관 역할을 하는 조직이 이번 사건 관여를 부정해온 북한 당국과 다른 견해를 보인 것은 처음이다. 신문은 최고위 간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수뇌’로 표현했다. 현재 조총련 최고 책임자는 2012년 이래 허종만 의장이 맡고 있다.
이에 따르면 조총련 최고위 간부는 지난달 13일 김정남 피살 후 다른 간부에 사건 개요를 설명하면서 ”북한에 의한 범행이다. 사건에는 (2013년 숙청된 전 노동당 행정부장) 장성택씨 등이 관계돼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남은 고모부인 장성택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조총련 간부 발언은 이번 사건이 장성택 숙청의 일환이라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그러나 복수의 조총련 간부는 내부의 비공식 모임에서 ”시신은 김정남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VX에 의한 독살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라고 부하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또 ”말레이시아에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아시아 거점이 있어 사건은 한미 양국에 의한 모략“이라고 단정했다. 신문은 조총련 내에서는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김정남이 북한 당국에 살해됐을 가능성이 커 불쌍하다“고 하는 등 김정은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분출해 동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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