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표면, 126개의 크고 작은 구멍들…“의심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월호가 23일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바다에서 인양되고 있다. 이날 오후 세월호 선체 좌측 선미 램프가 열린 것이 뒤늦게 발견돼 잠수부를 투입해 램프 절단 작업을 진행했다. 김상선 기자

세월호가 23일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바다에서 인양되고 있다. 이날 오후 세월호 선체 좌측 선미 램프가 열린 것이 뒤늦게 발견돼 잠수부를 투입해 램프 절단 작업을 진행했다. 김상선 기자

세월호 인양이 진행돼 사고 후 1073일 만에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23일 세월호는 녹슬고 찌그러지고 곳곳에는 크고 작은 구멍들로 뒤덮인 모습이었다. 특히 인양 작업 중 뚫은 구멍이 선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유실 우려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곳곳에 사각형으로 뚫린 구멍은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25~150㎝의 크기다.

1.5m 크기의 구멍 13개, #25㎝의 구멍 60개 #“아예 벌집으로 만들어 놓았구먼… #괜한 구멍만 뚫어놓고 저게 뭐냐”

당초 중국의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에 구멍 2개를 뚫어 배를 띄우는 장비를 달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 인양 준비가 진행되면서 장비 설치를 위해 배에 가로 세로 25㎝의 구멍 60개를 뚫었다. 에어백을 넣기 위한 1.5m 크기의 구멍도 13개를 냈다. 물을 빼기 위한 구멍 34개와 시험용 구멍 19개를 더하면 구멍은 126개로 늘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 3차 청문회에서 이렇게 많은 구멍 때문에 미수습자 시신이나 유류품이 유실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빈 전 세월호특조위 상임위원은 “구멍이 많기 때문에 세월호가 올라오면 유실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력제를 넣으면 고정을 시켜야 하니까 70여개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타 나머지 구멍은 어떤 용도인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인양이 이렇게 지연되는데 왜 추가로 뚫겠다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시간벌기용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배를 띄우고 물을 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유실 방지망을 촘촘하게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시신 유실 방지를 위해 유실방지망을 선체 주변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또 천공 위치와 크기 등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유가족 측에 조만간 전달하기로 약속했다.

김현태 해수부 인양추진단 부단장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인양 대국민설명회’에서 “선체를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인양하는 세월호 인양 특성상 배 무게를 줄이고 공기를 넣기 위해 천공은 뚫어야 한다”며 “천공이 큰 것은 (직경)이 1미터가 넘어가는 것은 있지만 10개 미만이고 대부분 손바닥 크기나 얼굴 크기만 하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인양 모습을 TV를 지켜보던 영석이(당시 17세, 단원고 2학년) 아버지 오병환(46)씨는 “아예 벌집으로 만들어 놓았구먼”이라고 했다. 오씨는 “참담하다. 중국업체가 당초 하려던 방식이 아니지 않으냐 괜한 구멍만 뚫어놓고 저게 뭐냐”며 “그렇게 시간을 끌더니 박근혜가 구속수사 되는 시점에 올린 거 보니 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신호성(당시 17세, 단원고 2학년)군 어머니 정부자(50)씨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수습자를 찾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아이들의 억울함을 못 밝힐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3년 가까이 물속에 잠겨 녹슬고,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훼손된 배를 보고나니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정씨는 “세월호특별조사도 반쪽짜리로 끝났는데 뭍으로 올라온 배를 보고도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며 “제발 저 큰 배가 급격히 침몰한 원인을 찾아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