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년의 농익은 사랑 지켜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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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에서 애절한 사랑 이야기 한편이 시청자를 찾아간다. 오는 30일 첫 방송되는 SBS 주말극 '태양의 남쪽(연출 김수룡, 극본 김은숙.강은정)'은 30.40대 취향의 '아날로그식' 사랑을 표방한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디지털 세대의 사랑방식이 아니라 믿고 기다리며, 상대의 상처를 따뜻이 감싸안는 사랑-.

이처럼 농익은 중년의 사랑을 표현할 배우로 최명길.최민수씨가 낙점됐다. 버석거리는 결혼 생활을 견디다 우연한 만남으로 새 삶을 찾는 '연희', 친구의 배신으로 죄수 신분으로 곤두박질했지만 연희를 통해 다시금 희망을 꿈꾸는 '성재'역을 각각 맡는다. 마흔한살 동갑내기인 두 최씨가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기는 이번이 처음.

특히 '용의 눈물' '명성왕후' 등 사극에서의 위엄있는 국모(國母) 이미지가 강한 최명길씨는 현대극, 그것도 멜로물 주인공으로의 복귀에 마냥 설렌다고 했다. "제 또래 여배우는 맘에 드는 역할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연희 역은 모두가 '딱 최명길이네'라고 하기에 두말 않고 맡았죠."

사실 TV 바깥에서 최씨의 '전공'은 멜로다. '안개기둥''장밋빛 인생''우묵배미의 사랑' 등의 영화에서 일상의 무게에 힘겨워하며 실낱 같은 사랑에 목말라하는 여인상을 뛰어나게 그려냈다.

'태양의 남쪽'에서 연희는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고 남편과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새로 이사간 집으로 옛 애인을 찾는 성재의 편지가 계속 배달되고 우연히 편지를 열어본 연희가 '나는 당신이 찾는 그 사람이 아니다'라는 답장을 쓴 것이 계기가 돼 둘은 애정을 키우게 된다.

"비현실적인 설정일지 모르지만 두 사람의 사랑 만큼은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려낼 겁니다. "

물론 실제의 최씨는 잘 알려진대로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아내이자 여섯살.두살배기 두 아들의 엄마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사랑이 뭐냐?"니까 "어진이(큰 아들) 아빠가 뭐라 그랬더라?""우리 아이들이 사랑 그 자체"라며 가족 이야기로 답할 정도다. 행복한 일상이 가슴 시린 사랑을 연기하는데 방해가 되진 않을까.

"걱정 마세요. 95년 최민수씨가 SBS 연기대상을 받을 때 제가 94년 수상자 자격으로 시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잘하는 사람하고 연기하는데 감정 몰입이 안될 리가 있나요?".

글=신예리,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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