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캠프, '전두환 표창' 가짜뉴스라더니 슬그머니 삭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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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장’ 발언 논란이 커지자 문 전 대표 캠프(더문캠) 측이 기존에 발표했던 논평의 가짜뉴스 목록에서 이 부분을 삭제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더문캠의 애매한 해명과 미숙한 조치가 오히려 말바꾸기 논란을 키우고 있다.

기존 논평 가짜뉴스 목록 포함했다가 논란 일자 삭제…캠프 해명이 말바꾸기 논란 자초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 19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5차 토론회에서 ‘전두환 표창’ 발언을 한 직후다. 더문캠에서 지난1월 말 이를 ‘가짜 뉴스’로 분류했던 게 알려지면서 말바꾸기 논란으로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더문캠은 일주일 전에 발표했던 대변인 공식 논평에 들어있는 가짜뉴스 사례들 중 ‘전두환 표창’을 본문에서 삭제했다.

지난 13일에 발표한 논평에는 '전두환 표창'을 가짜뉴스의 하나로 나열했다. 최근 논란이 커지자 이를 삭제했다.

지난 13일에 발표한 논평에는 '전두환 표창'을 가짜뉴스의 하나로 나열했다. 최근 논란이 커지자 이를 삭제했다.

더문캠 홈페이지의 논평 게시판에 3월 13일에 올라온 ‘문재인 치매? ? 허위사실 강력대응!’이란 제목의 박광온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박 대변인은 가짜뉴스 사례 11가지를 나열했다. 여기에 ‘문재인이 전두환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20일에 확인한 논평에는 이 내용만 빠져 있었다.

3월 13일에 발표한 대변인 논평에서 '전두환 표창' 부분을 최근 삭제했다.

3월 13일에 발표한 대변인 논평에서 '전두환 표창' 부분을 최근 삭제했다.


이번 논란에 대한 더문캠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지난 1월쯤 일부 인사의 트윗글이 문 후보가 마치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고 관련해 전두환에게서 표창장을 받은 것처럼 돼 있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며 “이에 더문캠 법률자문단의 검토를 거쳐 사실관계를 왜곡해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판단해 가짜뉴스로 분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본지가 문재인 캠프에서 만든 가짜뉴스 사례집을 입수해 확인해봤다.

사례집은 ‘SNS 내 유언비어 유포 게시물 사례’란 제목으로 24쪽짜리 문서로 작성됐다. ‘위키백과 문서 훼손’, ‘문재인 아방궁 호화주택’, ‘문재인 비자금 20조’, ‘문재인 금괴 1000톤 보유’ 등 25건을 사례별로 가짜 뉴스의 내용과 유포된 경위 등을 간략하게 요약했다. ‘전두환 표창’은 20쪽에 들어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특전사 복무 당시 전두환 당시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는 내용을 가짜뉴스의 사례로 지목했다. [가짜뉴스 사례집 발췌]

문재인 전 대표가 특전사 복무 당시 전두환 당시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는 내용을 가짜뉴스의 사례로 지목했다. [가짜뉴스 사례집 발췌]


사례집에는 퇴직 언론인 고종석씨의 트위터 글을 논란의 근원지로 지목했다. 고씨는 1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인용해 ‘문재인씨가 전두환이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호남이 문재인을 지지해선 안 될 결정적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라고 공론화시켰다. 더문캠프에서는 이 글이 다음 카페에서 2건, 트위터에서 897건이 유포됐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사례집에는 단지 전씨에게 표창을 받은 것에 대해서만 적었을 뿐, 캠프의 해명처럼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과 관련해 표창을 받았다는 가짜뉴스가 유포됐다는 내용은 없었다. 내용만으로 보면 전씨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는 게 가짜뉴스라고 인식하게끔 두루뭉술하게 기록했다.

더문캠에서 이를 가짜뉴스로 지목하기에 앞서 표창을 받은 시기와 광주민주화운동의 시기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 굳이 논란이 될 이유가 없는 내용이다. 문 전 대표가 전씨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는 건 위키백과와 언론보도, 자서전 등을 통해 이미 수년 전에 알려진 내용이었다.

문 전 대표와 캠프의 엇박자는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 전 대표 측이 캠프에 영입한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다이빙벨 상영을 막으려는 외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때에도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몰아부쳤지만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사실로 판명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거짓 해명이란 비판이 나왔지만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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