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항 선거하나|지역감정 부추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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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 가열화되면서 4명의 대권주자가 꼭 한가지 주장을 같이하는 것이있다. 지역감정의 해소가 그것이다.
노태우민정당총재는 유세를 통해 『내가 경상도출신이기때문에 표를 찍겠다면 사양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중평민당위원장은 『망국적 지역감정 해소에 모든후보자가 협력해야 한다』면서 『특히 김영삼총재와 나는 공명선거쟁취와 지역감정 해소에 협력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김영삼 민주당총재도 『지역감정타파를 새 정부가 풀어야할 최대과제의 하나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으며, 비슷한 말은 김종필 신공화당총재의 입에서도 나왔다.
대권주자들의 이같은 다짐은 이유가 어디있건 진심이길 바란다. 그대로만 된다면 고질적인 이 문제는 시일은 걸리더라도 해소될것도 같다.
정치의 세계에서 아무리 세대결은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념과 정책의 대결이어야지 감정을 개입시켜서는 안된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야당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열망한 까닭은 물론 그것이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교체의 지름길이라는 인식 때문이었지만 야당의 분열이 지역감정을 더욱 부채질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치행태를 보면 이념과 정책은 뒷전이고 각도 대항전같은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지역감정 해소에 관한 각당 후보들의 다짐을 곧이 곧대로 믿는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시비곡직이야 어떻든 지역감정이 존재하고 그것이 선거의 대세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현실이다.
역설적이지만 우리의 정치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그리고 이에대한 우려가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각후보의 이문제에 관한 발언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감정이 사회문제가 될만큼 심화된 연원은 결국 정치인들에게 돌아간다. 정권유지의 한수단으로 박정권때 이를 조장, 고취한것이 정권타도에 앞장섰던 야당지도자들에 의해 답습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따라서 지역감정의 해소는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풀어야할 최대의 과제다.
후보가운데 혹시라도 자기 출신지역의 지역감정을 은근히 부추기고 상대방 지역에 대한 공략수단으로 이용하려든다면 지역감정해소는 커녕 한결 심화될 것은 뻔한 이치다.
한지역에서의 앞도적 지지는 다른 지역의 반발로 나타날 공산이크고 감정이 앞선 지역대결 양상이 선거의 공정한 분위기를 해치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 못지않게 유권자들의 각성과 의식의 대전환도 물론 요구된다. 국민의 신성한 삼정권이 지연,학연,혈연에 의해 결정된다면 이 나라의 민주화는 요원한 과제가 되고 만다. 더우기 한나라의 진운을 좌우하는 대통령을 뽑는 일이 지역감정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참으로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임을 자각해야 한다.
해묵은 지역감정이 하루 아침에 해소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위한 방안은 다각도로 강구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행정구역이나 권력구조등 제도의 개선도 도모해야 하지만 고른 인재등용과 지역개발의 균형에도 힘써야 한다.
적어도 이번 선거가 그렇지 않아도 심화된 지역감정을 더욱 부채질 하는 결과는 되지않도록 해야한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은 누구건국민의 이름으로 몰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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