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선주먹, 세계 「금」보인다|쿠바선수에 전원일치 판정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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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플라이급의 베테랑 김광선 (23·쌍방울)이 대망의 결승에 진출함으로써 참패를 거듭하던 한국복싱의 체면을 겨우 살려주었다. 30일 새벽 (한국시간) 이곳 파이오니어홀에서 벌어진 제5회 월드컵 아마복싱대회 준결승에서 김광선은 강호 쿠바의 「아달베르토· 레갈라도」(21)를 맞아 시종 좌우훅으로 적극공세를 편 끝에 5-0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김은 11월1일 새벽 동독의 「테위스·안드레아스」와 금메달을 다투게됐다. 유럽캠피언인「안드레아스」는 스트레이트가 날카롭고 스피드도 뛰어나나 김이 준결승 때처럼 선제공격을 펴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소련의 한국계 「유리·최」코치가 말했다. 제3회 월드컵 (83년· 로마) 과 제10회 서울아시안게임을 제패한 김은 5천여명의 유고관중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1회 중반부터 좌우훅을「레갈라도」안면에 적중, 주도권을 쥐면서 승기를 잡아 결국 완승했다. 그러나 라이트웰터급의 김기택(22·여주군청)은 소련의 「비아체슬」의 긴 리치에 눌려 이렇다할 공격한번 펼치지 못하고 판정패(4-1), 동메달에 머물렀다. 이로써 한국은 2개의 동메달과 최소한 1개의 은메달을 확보했다. 한편 이날 경기로 12개 체급 준결승을 모두 끝냈는데 쿠바 와 동독이 각각 6명씩 결승에 진출시켰으며 소련5, 유고3, 불가리아2, 그리고 한국과 네덜란드가 각각 1명씩 결승에 올라있다. 〈공산권엔 심판판정도 유리〉
○…세계아마복싱계가 공산권에 의해 춤을 추고있다.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와 함께 아마복싱의 3대 이벤트인 제5회 월드컵대회는 공산권이 워낙 강세를 보이는 데다 심판판정마저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마치 공산권친선대회를 방불케 하고 있다. 준결승까지 아프리카의 신흥세력 케냐가 2개 체급에서 유고와 불가리아 선수에게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고도 결과는 5-0 판정패로 나왔다. 한국도 우세하진 않았으나 허영모(밴텀급) 박형옥(페더급) 박시헌(라이트미들급)등이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도 쿠바 유고 소련선수들에게 5-0으로 지는 판정패를 감수해야했다. 국제아마복싱연맹(AIBA)은 지난해4월 방콩총회에서 공산권을 등에 업은 파키스탄의「안와르 초드리」임기4년의 새회장에 선임했다. 따라서 88서울올림픽에서 한국은 홈링이라는 절대적 잇점을 안고있으나 심판진의 유리함을 안고있는 공산권에 맞서 어려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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