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도 국가 정상이 탄핵당하거나 탄핵에 임박해 스스로 물러난 사례들이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대통령이 탄핵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외국에서의 가장 최근 탄핵 사례는 지난해 8월 권좌에서 쫓겨난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다. 탄핵 사유는 2014년 연임을 위한 대선을 앞두고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사용하고 갚지 않는 등 정부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요 언론들은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경제 실정과 정치권 부패 탓이라고 분석했다. 호세프 탄핵이 상원에서 가결된 날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대통령이 된 테메르는 2018년 말까지의 호세프 잔여 임기를 채울 예정이다.
브라질은 멜루·호세프 2명 쫓겨나 #OECD 국가 중 탄핵은 한국이 처음
브라질에선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도 탄핵됐다. 브라질 최초의 직선 대통령이었던 그는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실시한 정책이 실패한 데다 비리 의혹이 더해져 심판대에 올랐다. 탄핵 절차가 개시되자 사임을 선언했지만 브라질 의회는 법 절차대로 그를 탄핵했다.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00년 탄핵 위기에 직면하자 의회에 팩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대선에서 야당 의원을 매수한 사실이 폭로된 뒤 도피한 일본에서 전송한 사직서였다. 페루 의원들은 ‘팩스 사직서’를 “품위를 잃은 배신”으로 규정하면서 법대로 그를 파면했다. 국민의 지지 속에 군부독재를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후지모리였지만 10년 통치는 불명예로 마감됐다. 해외를 떠돌던 그는 2007년 페루로 강제송환돼 2010년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01년엔 도박자금을 상납받은 사실이 폭로돼 탄핵 재판에 회부된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났다. 같은 해 인도네시아 최초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됐던 압두라만 와히드 전 대통령도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탄핵됐다. 지난해 태국에서는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쌀 수매와 관련된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됐고, 5년간 정치활동이 금지됐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