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관에 압류 당한 제품이 묶어 있어"…사드 직격탄 맞은 중소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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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세관에 제품이 압류당해 꽁꽁 묶여 있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화장품은 전시조차 못 합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중소기업청 주최로 ‘대(對) 중국 수출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이같은 불만이 쏟아졌다. 중국 수출 기업 10곳의 관계자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배치 갈등과 중국 정부의 제재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리였다.
정경호 HM 인터내셔널 본부장은 “중국 온라인몰에 판매할 제품을 수출하는데 지난해 말 5500건이 중국 세관에 압류를 당했다”며 “피해액이 약 2억원인데 간접적인 매출 감소 영향은 더 크고 아직도 해결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는 업체 케미랜드의 이범주 대표는 “공장을 추가로 지으며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었는데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예전에는 중국에서 열리는 제품 전시회에 나가면 허가 받지 않은 제품도 미래의 제품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전시했다”며 “최근에는 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이 있으면 전시 부스조차 차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원두커피 등을 수출하는 오렌지피플의 김주선 부사장은 “최근 1억5000억원 어치를 수출했는데 통관이 거부돼 약 3000만원 어치를 폐기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크게 증가했던 대중 수출 실적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중 수출액은 1월과 2월에 지난해 대비 각각 13.4%, 28.7% 증가했다. 한정수 서울화장품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수출 하락에 대비해 1~2월에 미리 수출 물량을 늘렸다”며 “이른바 ‘밀어내기’ 수출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필요한 지원 대책도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금융 지원,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 지원, 수출 다변화를 위한 해외 마케팅 지원,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법령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다.

중기청은 중국 수출 기업을 지원할 예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청 요건에 '보호무역 피해 기업'을 추가하고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예산을 750억원에서 125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청 주최로 열린 '대(對) 중국 수출중소기업 간담회' [사진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청 주최로 열린 '대(對) 중국 수출중소기업 간담회' [사진 중소기업청]

중국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업체와 협력하고 중국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프리미엄 매장’도 신규로 설치하기로 했다. 아세안, 중동, 중남미, 인도 등 신흥지역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중국과 미국에 쏠린 무역 의존도도 완화할 방침이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수출 업계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며 “수출 기업들도 향후 시장 다변화와 무역 장벽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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