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령 사회와 함께 닥친 사회보험의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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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기획재정부는 어제 8대 사회보험 지출액이 앞으로 10년 사이 배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오는 6월 보험료 인상과 함께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등 지출 효율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16~2025년 8대 사회보험 지출 규모는 지난해 106조원에서 2025년에는 219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연평균 증가율이 8.4%에 달한다. 경제는 2%대 저성장 터널로 들어가고 있는데 사회보험 지출은 이제부터 고공행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동안 쌓이는 게 더 많았던 8대 사회보험은 앞으로 나가는 게 더 많아진다. 오래 살게 되면서 사회보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8대 사회보험은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공적보험을 포함한다. 이들 사회보험 지출이 급증하는 것은 보험료 납부자였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속속 보험 수급자로 전환하면서 나타나는 필연적 결과다.

1955년생을 필두로 63년생까지 711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는 올해 맏형이 62세가 됐고, 막내는 54세가 된다. 앞으로 5년만 지나면 막내도 예순 줄에 들어선다. 이들이 모두 환갑을 넘기면 인구 고령화의 후폭풍도 본격화한다.

문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한꺼번에 보험금 수급자로 몰리면서 사회보험 재정이 급격히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지출은 연평균 10.7% 증가하고 사학·국민·공무원 연금 지출도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베이비부머의 병원 출입도 본격화하면서 건강보험 지출액은 연평균 8.7% 증가하고 중풍·치매 등을 돌보는 장기요양보험 지출 증가율도 9.3%에 달할 전망이다. 고령 구직자가 많아지면서 고용보험 지출액도 크게 뛰게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에게 긴박한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재정 건전화와 효율화에 나서야 한다. 건강보험은 실질적인 소득에 맞춰 보험요율을 조정하고 의료쇼핑 예방도 강화해야 한다. 당연히 일할 능력이 있으면 일자리에 더 오래 남아 있게 해 사회보험 의존도를 줄이는 게 중요한 방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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