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 또 올까|세계증시 파동의 시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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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시장 주가폭락사태는 뜻밖의 이변임에 틀림없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의문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과연 세계적 주가 폭락사태는 올 것이 온 것인가, 무엇 때문인가, 일과성인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가, 대공항의 전조는 아닌가.
지난 19일 하루만 해도 세계 증시가 온통 비상이 걸렸었다. 그럴만도 했다. 월가의 다우존즈 주가지수가 22.62%나 폭락, 1929년의 대공항을 예고했던 주가폭락률 12.82%(10월28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고 동경, 런던, 파리, 홍콩등 세계 주요증시에서 주가하락률이 기록을 세웠다.
다행히 폭락세는 하루만에 반등세로 돌아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위기감을 느낀 「레이건」대통령은 긴급대책을 강구토록 지시하고 미국경제의 기저가 건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 중앙은행에서 유동적 공급약속과 함께 주요은행에서 우대금리를 인하하는 등 신속한 조치로 일단 급한 불길은 잡은 셈이다.
이번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서 제기되는 의문의 해답은 역시 미국경제의 실상에서 찾아야 될 것이다. 미국경제의 기반에 비추어 보아 월가 주가는 큰 동요가 불가피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거시적으로 볼때 미국경제는 재정·무역등 쌍동이 적자에 외채누증등 불신요인이 많아 주가폭락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었다.
이런 여건에서 금리인상· 인플레재연 우려등 악재가 작용하고 국제정치 위기의식이 가세한데다가 실물경제를 능가할 정도로 증시가 과열되어 월가 증시는 일대전환의 조정이 예견되고 있었다.
여기에다 「베이커」재무장관이 달러가치의 추가하락을 용인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하고 미국의 대이란 보복공격이 개시되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결국 미국주가 붕락의 원인은 미국쪽에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미국의 경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증시의 불안심리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측면도 있다.
이번 세계적 주가 대폭락이 대공항 사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1929년과 지금의 미국증시가 유사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20년대 미국은 주식시장이 활발, 실물경제를 능가한 과열증권 투기 현상까지 일어났고 이 때문에 자본시장이 붕괴하면서 대공항이 내습했다.
지금의 미국 증권 붐은 82년부터 불기 시작, 머니 게임의 과열 분위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은 1930년대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의 상황변화도 있다. 우선 자본시장 붕괴를 예방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미국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있는데다가 세계적으로 협조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다. 대공항 예방능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공황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다고 안심만 할 수도 없다. 세계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전망인데다가 고금리· 인플레의 시대가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10·19」미주가 폭락사태를 계기로 미국은 자국경제에 대해 더 많은 반성과 개선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또한 나머지 선진국들은 미국경제개선에 협조함으로써 세계경제 위기가 오는 것을 예방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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