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폭락…엄청난 돈이 물거품으로|80억불 주가 50억불로(미갑당)|21일엔 다소 회복 최악 벗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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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 세계적인 주식시세의 대 폭락으로 엄청난 돈이 하루사이에 물거품이 되었다.
런던증시전문가들은 액면가격으로만 2조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있는데 이들 돈이 사라짐으로써, 다시 주가가 원상 회복되지 않을 경우 전세계기업의 새무 구조가 상당히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가들은 증시에서 빼낸 돈을 각종 채권이나 은행예치로 돌리고 있어 공황 때와 비슷한 투자가들의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21일 뉴욕증시에 이어 동경에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가들은 일단 최악의 상태는 벗어났다고 안도하고 있다.
다음은 세계증시가 폭락한 이날 각 국의 표정.

<미국>
주가가 폭락한 19일 저녁 뉴욕시내 술집에 모여든 증권관계자들과 투자가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체인점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가장 부자로 알려지고 있는「샘·월튼」씨는 이날 하루동안에만 10억달러(약 8천억원)의 손해를 보았다. 몇주전만해도 80억달러어치의 주식을 갖고있던 「월튼」씨는 현재의 주식보유가격이 50억달러에 불과.
그러나 그는『그것은 어쨌든 종이조각이다. 시작할 때도 종이조각이었고 그 후에도 종이조각』이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이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신문들은 뉴욕 월 스트리트의 주가폭락사태를 보도하면서 통상 전쟁·대학살 또는 핵사고 때나 사용하는 용어들을 구사, 『나쁜 뉴스가 잘 팔린다』는 신문계의 오래된 격언을 입증.
로스앤젤레스 헤럴드 이그재미너지는 『월 스트리트의 피의 제전』, 터론토 스타지는 『아마겟돈(세계종말에 있을 선과 악의 결전장)』, 보스턴 헤럴드지는『월 스트리트의 핵 누출』, 뉴욕 포스트지는『파멸』등으로 큼지막하게 전단제목을 뽑는가 하면 침착하기로 정평있는 월 스트리트저널지마저 제목을 두 줄로 달을 정도.

<유럽>
서독증시는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강세를 기록한 하루 뒤 일부종목이 폭락했으나 화학주를 비롯한 많은 주식은 회복세를 보이며 폐장.
한편 「자크· 들로르」 EEC (유럽경제공동체) 의장은 2O일 각 국정부 및 업계지도자들에게 월가 등 세계금융시장의 주가폭락에 이어 올지도 모를 국제대공황을 피하기 위해 서로 긴밀히 협조할 것을 촉구.
그는 이날 프랑스 라디오방송과의 회견에서 『세계의 모든 지도자들이 냉정을 잃지 말아야하며 시장의 진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면서 이같이 강조.

<일본>
동경증권시장에서는 20일 평균주가지수가 3천8백36.48포인트나 떨어졌는데 이 하락 폭을 현재의주가로 환산하면 1부의 우량주식으로만 따져도 7조엔(약 4천억달러)이나 떨어진 셈이라고.
이날 동경증시는 팔자는 사람이 쇄도해 혼란을 빚었는데 주식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다가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면 관계자들은 환호를 보내기도.

<소련>
소련관영 타스통신은 세계적인 증시 폭락현상이 「조락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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