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자의 한심한 언동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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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선거 분위기가 차츰 고조되고 1노3김의 유세대결이 본격화하자 원색적인 인신 공격과 저질 발언, 흑색선전 유인물등 우려할만한 현상이나타나고 있다.
본격 유세가 시작된 지난 주말 유세현장은 이같은 우려를 확실히 노정시키고 있었다.
대전에서 열린 민정당청년자원봉사단발단식에서 민정당의 모의원은 『한사람은 머리가 너무 비었고 나약하며, 또한 사람은 한이 많아 과격해 불안하고, 나머지 한사람은 한물간 옛사람』이라며 3김씨를 싸잡아 난타했다.
부산의 김영삼민주당총재 집회에서 지원연설을 한 재야의 한 인사는 유신잔재 △△△에게 철퇴를 내리고, 이리 가죽을 쓴 ○○○의 목에 비수를 꽂자』고 섬뜩한 표현을 동원했다.
김대중민주당고문의 지난 11일 성남집회에서 한 연사는 상대방 요인의이름을 부르면서 「새끼」등을 예사로붙였다. 상대방 후보를 부르면서「씨자」도 안붙이는 현상이 보통이 되고 있다.
이같은 비방의 목소리가 선거전 열기에따라 점차 확대재생산돼 나간다면 선거 분위기가 어떻게 될는지는 불문가지다.
더구나 유세현장에는 확인 불능의 각종단체 명의로 된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을 담은 유인물이 뒤따르고 있다. 상대방의 정치행각을 희화화한 내용에서부터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을그럴싸하게 포장, 군중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것 같다.벌써 각 후보 진영에서는 이번 선거의 특징처럼 부각되고 있는 지방색, 계층간의 대립을 어떻게 교묘히 자기편으로 유리하게 활용하느냐가 승리의핵심이라는 점을 모두 시인하는 경향이며 그속에서 원색적 비방도 일종의 불가피한 무기임을 인정하는 실정이다.
헌정사상 최초의 합의개헌이 만들어준 16년만의 대통령 직접선거를 정치문화의 도약을 위한 국민적 축제로 만들지는 못할망정 인신공격이나 흑색선전, 듣기 거북한 욕설동원등으로 우리 사회의 수준마저 떨어뜨린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게될지도 각진영에서는 생각해야할 것이다.박보균<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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