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메트 만평 파문 확산 유럽·아랍 문명충돌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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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평(그림) 파문이 확산일로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 신문들이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1일자에 문제의 만평을 일제히 실었다. 프랑스 일간 '프랑스 수아르'를 비롯해 독일의 디벨트, 이탈리아의 라스탐파, 스페인의 엘페리오디코, 네덜란드의 볼크스크란크 등 7개국 12개 매체가 만평 12편 전부, 또는 일부를 지면에 실었다. 이를 처음 게재했다가 이슬람권의 거센 항의 속에 공개 사과한 덴마크 신문 '윌란스 포스텐'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같은 날 "이번 사태로 이슬람과 서구 세계 간의 중대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프랑스 수아르는 마호메트가 폭탄을 단 터번을 쓰고 있는 것을 포함한 문제의 만평 12편 모두를 4, 5면에 게재하고 1면에 '누구나 신을 만화로 그릴 권리가 있다'는 제목과 함께 부처와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를 상징하는 신의 모습을 그린 자체 만평도 실었다. 하지만 이집트 출신 백만장자로 프랑스 수아르의 사주 레이몽 라카는 만평이 실린 신문이 나온 즉시 발행인 겸 회장인 자크 르프랑을 해고했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아랍 세계의 반응은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인 언론 자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슬림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알자지라는 2일 '알아크사 순교자 여단' 등 2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만평이 게재된 덴마크.프랑스.노르웨이 등의 국민과 외교공관 직원들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 3개국에 팔레스타인 내 사무소와 영사관을 폐쇄할 것도 요구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야세르 아라파트 여단' 소속원 10여 명이 유럽연합(EU) 사무소 주변을 에워싸고 공중을 향해 실탄을 발사하며 시위를 벌였다.

리비아는 코펜하겐 주재 자국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는 코펜하겐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였다. 덴마크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확산돼 유가공업체 '아를라 푸드'의 제품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에서 판매가 완전 중단됐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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