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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체제 수호하는 공안검사 왜 푸대접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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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법무부가 온갖 소문 속에 보름을 끌었던 검찰 간부에 대한 인사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선 공안검사 출신들이 승진 대상에서 탈락하는 등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다. 새로 검사장 자리에 오른 8명 가운데 정통 공안검사는 단 한 명도 없다.

승진 탈락자 중에는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포함돼 있다. 인사 관행상 서울중앙지검의 1~3차장 자리는 언제나 승진 0순위라는 점에서 그의 탈락은 이변이다. 법무부 측은 "2002년 한나라당 의원들이 폭로했던 국정원 도청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데 대한 문책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불법 도청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전직 국정원장 두 명의 구속을 이끌었고, 강정구 교수 구속 수사를 주장하는 등 뚝심을 보였다. 이로 인해 권력과 법무부 장관의 미움을 산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공안검사 푸대접은 이 정권 들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영주 서울남부지검장은 "현 정권이 공안검사를 너무 박대하는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지난달 검찰을 떠났다. 지난해엔 서울지검 1차장과 성남지청장을 지낸 박만 검사가 승진에서 두 차례나 탈락하자 옷을 벗었다. 그 역시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독 학자 송두율씨를 구속했던 인물이다.

공안검사들이 처리하는 사건이 이 정권의 마음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라면 정말로 큰 문제다. 공안사건은 국가안보와 직결되어 있다. 공안검사 홀대는 곧 공안기능 무력화로 이어진다. 북한의 대남공작이 활개 치고 있는 마당에 공안기능을 축소한다는 의미는 곧 무장해제나 다름없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해 안달이 난 이 정권이 공안검사부터 힘을 빼겠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공안 조직의 주된 임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빈 틈이 있어선 안 된다. 공안검사 홀대는 공안부 기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안검사는 체제의 수호자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