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남용에 우리말과 글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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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말과 글은 우리의 생명과도 같은데 일반의 무관심이 너무 심해요. 내가 알아보니 상용화된 외래어는 무려 1천1백50단어로 집계됐어요. 이러면 우리말은 불완전방언으로 변하고 말아요.』
국어순화· 국산품애용추진회 조용구회장(81). 현재 배명고 이사장이며 몇년간 이학교 교장으로 재직해오다 지난4월 정년 퇴직한 원로교육자이며 앞으로 남은 여생을 우리말순화운동에 바치겠다고 말한다.
『귀하가 ○○년 ○월일간○지 △△면에 쓰신 글을 잘 읽었으나 「멘트」「피플파워」 등 외국어는 우리말로 고쳤으면 뜻이더 잘 통할 수 있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말을 애용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국어순화· 국산품애용추진회』 .
올해 정년퇴임후 언론계·학계에 이같은 내용의 권유문을 약4천여부발송했다고 한다. 그밖에 거리에서 직점 11만여장을 시민에게 나누어주기도한 조회장.
『이미 정착된 외래어는어쩔수 없지만 불필요한 외국어남용은 시정돼야합니다. 이해할 수없는 뜻을 가진 외국어간판이나 상품이름의 범람은 교육수준이 낮은 이들을 문맹으로 만드는 겁니다.』
국어순화· 국산품애용추진회가 발족된 것은 지난 74년. 현재 이응백서울대교수, 홍일식고대교수, 김성규 전동양공전학장등원로학자와 중·고현직교사 60여명이 회원.
『한글날을 맞아 서울역앞에 우리말 애호선전탑을 세우려했는데 88올림픽관련외에는 안된다고 해요. 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기념식에도 정부행사니까 우리의 입장표명을 식순에 넣어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따라서 터미널·역앞에서 약20만장의 전단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줄 계획이라고 씁쓸하게 말한다.
조회장은 지난 85년부터 외국어 간판을 우리말로 바꾸기 운동을 필쳐 약 5%의 상점이 이 뜻을 받아들였다고 그결과를 전한다.
한자의 경우 조회장은『부자· 형제등과 같은 것은 그대로 두되 어려운 글자는 우리말로 고쳐서사용해야한다』 고 밝히고『우리말뿐만 아니라 우리상품도 애용하는 분위기를 지식인·언론인·교육인등이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확고한 어문정책을 펴야한다』고 역설하는 조회장이 최근 역점을 두고있는 것은 호텔이름을 우리말로 바꾸는 운동. 슬하에 자녀는4남2녀.<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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