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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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쉬는 것과 일하는 것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사람은 일만하고 살수는 없다. 그렇다고 쉬기만하는것도 못할 노릇이다.
그러나 일하기 위해 쉬는 것인지, 쉬기 위해 일하는 것인지 딱부러지게 얘기할수 없다. 서양사람들은 거의 예외없이 쉬기 위해 일하는것 같다. 그들은 여름 한철 여행하는 것을 둘도없는 낙으로 안다. 그날을 위해 열심히 땀흘리며 일하고 뛰어 다닌다.
그리고 저축도 많이 한다.
일본 사람들은 좀 다르다. 국내저축은 30%도 넘게 많이 하지만 놀러다니는데 정신이 팔려 있지는 않다. 편을 가르자면 일하기 위해 쉬는 쪽이다.
그것은 아마 사회복지와도 관계가 깊을 것 같다. 복지제도가 잘되어 있는 나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악착같이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독이나 북구같은 나라의 사람들은 실업을 해도 발을 구르지 않는다. 몇달 동안은 그 전에받던 봉급의 상당액을 사회복지비로 받는다. 일한다는 것이 절실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단계와는 거리가 멀다. 일 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먹여 주지 않는다. 하기 좋은 말로는 쉬기 위해 일하는 사회가 편하고 좋을것도 같다.
그러나 그런 사회일수록 사회엔 탄력도 없고, 사람들은 사지의 나사가 풀린 것 같은 인상이다. 적당한 긴장감은 오히려 사람에게 활력과 안정감을 주는 것도 같다.
우리는 아직도 나라형편으로 보나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으로 보아 일하기 위해 쉬는 쪽이다. 그럴수록 잘 쉬어야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잘 쉴수 있는 놀이의 문화가 없다. 전통적인 민속놀이들을 보면 우리의 선조들은 제법 노는 문화를 갖고 있었다. 물론 그것들은 오늘의 생활감각과는 맞지 않지만 우리는 옛날 사람들에 비해 그점에선 너무 메마르다.
모처럼의 휴식을 술마시고 화투치고 낮잠자는 것으로 보내기엔 저 푸르른 가을 하늘이 무색하고 연휴가 아깝다.
「휴」 자는 사람과 나무의 합자다. 옛사람들은 숲속에 앉아 먼 지평선이나 하늘을 쳐다보는 것도 훌륭한 휴식으로 생각했다. 하다못해 그만한 마음의 여유와 정서라도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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