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김씨의 전 동지 입당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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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민주당 입당을 둘러싸고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면·복권된 김상현씨 등 전 의원과 이기택 전 신민당 부총재 등 오랫동안 야당생활을 해온 중량급 야권인사들이 입당을 선언하고 입당원서를 냈다. 그런데도 이들의 입당원서는 실무자의 책상 위에 얹힌 채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을 지도하는 두 김씨도 입을 다물고 있다. 모두 땡감 씹은 얼굴들이다. 겉으로만 봐도 무언가 어색한 감을 받기에 충분하다.
김상현씨가 입당하는 날엔 당사에는 중요 당직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이기택 의원은 아예 당사 밖에서 입당식을 했다. 들어가 봐야 창피만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이들은 자신들의 입당을 싫어하는 민주당에 무리해서라도 들어가려 하는 것이고, 왜 민주당은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지 그 속사정은 복잡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두 김씨 중 어느 한쪽이 이들을 싫어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김상현씨는 김대중고문의 오랜 정치적 동지다. 이기택 의원은 79년 신민당총재 선거 때 김영삼 총재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두 김씨가 이들을 기피하게 된 데는 그 동안의 정치적 곡절도 있겠지만 「사적인 감정」이 더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계보 내부의 갈등에 대한 소문이야 그 깊숙한 속사정을 모두 헤아릴 길이 없겠지만 겉으로 나타난 것을 봐도 두 김씨의 권위에 대한 도전, 독자노선 추구 등이 관계 악화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두 김씨가 모든 당직·권한을 50대50으로 배분키로 한 정당이다.
거기에 독자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고 자칫하면 50대50의 균형을 깰지도 모르는 인사들의 입당이 달가울리가 없는 것이다.
두 김씨 측이 김상현·이기택씨 등에게 가하고 있는 비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시절 그들의 정치 행적에 대해 섭섭해할 수도 있고, 이제 정치적으로 급하게되니까 입당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의 정당을 자처하고 문호개방을 선언한 정당이 입당자, 특히 사면·복권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촉구했던 정당으로서 바로 그 복권자들에게 문을 걸어 잠근다면 민주당은 참으로 두 김씨의 사당이란 말을 들어도 변명할 길이 없을 것이다. 입당자의 자격이 없으면 심사위를 열어 떳떳이 사실을 규명하든지, 분명한 원칙을 밝혀야할 것이다. 안희창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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