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안맞는 야당 선심정책|문창극<정치부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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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이 최근 잇달아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추곡수매가·중소기업육성책등 모두국민생활과 직결된 사안들이어서 어느 하나 소홀히 취급될수 없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실현가능성보다 인기 위주의 선심정책이 아닌가 여겨지는 것이 많고, 논리도 함량도 미달되는 것들이 종종 있다.
민주당은 추곡수매가를 지난해보다 25% 올려야한다고 요구했다. 누적된 농민들의 희생을 감안한다면 50%를 인상해도 넉넉지 못하리라는 점은 십분 이해하나 이를 위한 재원 염출이나 빚어질지도 모를 인플레 대책도 당연히 고려해야 제구실을 하는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
농민 대표인 농협총대협의회가 추곡수매가 인상폭을 오히려 민주당보다 낮은 18%선으로 요구한 이유도 이런 점을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재원 문제에 대해 민주당관계자는 어차피 양특이 적자인데 몇천억원 더 적자가 늘어봐야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가 하면,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미미하다』 고만 했다.
당사를 둘러봐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간부는 눈을 씻고봐도 볼수 없다.
추곡수매가 인상폭을 결정한 21일의 확대간부회의를 보면 대통령후보를 둘러싼 계보싸움에 모든 시간과 정력을 소진하고 추곡수매가에 대해서는 정책관계자의 간단한 보고로 당안을 확정지었을 뿐이다.
22일 발표한 중소기업 육성책도 비슷하다.
내년도 예산은 대폭 삭감한다고 결정해 놓고 중소기업을 위해 각종 개발지원자금과 보조금을 대폭 확대한다니 무슨 재원으로 하려는지 앞뒤가 안맞는다. 정책을 발표하고도 뒷감당을 걱정하거나 그 정책을 반영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없다. 신문에 발표하는 것으로 할일을 다했다는 식이며 그후는 아무도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
수권정당이라고 자부하면서 이해 관계자의 여론수렴 과정이나 전문가 간담회등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이처럼 선심 위주의 허술한 정책을 내세워서야 국민이 믿고 표를 줄수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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