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낙관하는 국민 -중앙일보의 「의식조사」를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국민들은 지금의 정치발전 진행에 대체로 만족하고 장래의 민주화 전망에 대해서도자신감과 낙관론을 가지고 있다.
중앙일보가 창간22주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인의 생활의식 조사」 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의 민주화 의지는 강력하고도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는 49.2%가 「6·29선언」에 국민의사가 잘 반영됐다고 응답했고 나머지도 소극적이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대통령중심제는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지지했고 직선제에 대해선 96.2%가 찬성한것으로나타났다.
이것은 여야간에 합의된 개헌안 내용과도 일치된다. 지금까지의 정치변화가 국민의사에 맞게진전돼 왔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국민들은 지금의 민주화 상태에 불만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응답자들은 대체로 여야 모두가 선거결과에 승복할 것이고 야당인사가 집권하더라도 정치보복은 없을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국민들이 오늘의 정치현상에 만족하고 미래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는 것은 내년의 정권·교체와 그 후의 정치상황 진전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한다.
한편 국민 대다수가 지방자치제를 지지하고 이들은 또 우리 국민스스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응답, 역시 국민의 민주화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나타냈다.
정부에 불만이 있을 경우 가능한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해결하겠다는 응답이 절반이었다. 앞으로 국민들의 정치행위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식조사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새로운 변화는 국민들이 정치인을 크게 신뢰하거나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응답자들은 정치인보다는 국민이라는 대중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6· 29선언」에 가장 영향력을 미친 세력은 대학생과 일반시민이라는 응답이 66.3%였다. 또경제성장의 공로를 국민 (46.8%) 과 근로자 (18.5%) 에게 돌림으로써 국가발전의 주역은 국민대중이라고 믿고 있었다.
앞으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위한 역할의 담당자는 국민개인이라는 응답이 61.7%인반면정치인이라고 보는 사람은 16.8%밖에 안됐다.
이것은 지금 사회 일부에서 외치는 민중의식이 우리 국민에게 널리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소수의 권력엘리트보다는 다수의 민중세력에 더 비중을 두는 의식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최근 수년간의 우리사회 변혁이 엘리트보다는 민중부문에 의해 주도돼 온사실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번 의식조사는 민주화운동의 고비를 넘긴 6.29이후에 실시됐다는 점에 중요한 가치가 있다. 급격히 진보발전하는 국민의 의사를 효율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면 변혁의 진통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정치지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