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구글 청문회'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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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열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에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 미국 의회가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방침에 굴복한 자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을 상대로 청문회를 열어 경위를 조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27일 미 의회가 중국의 인터넷 검열 조치에 협조한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을 비롯한 미국 IT 기업 대표들을 소환해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본지 1월 26일자 3면, 27일자 11면 참조>

미국 하원의 세계 인권 소위원회는 2월 16일 구글.야후.마이크로소프트.시스코 등의 대표를 소환해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하원 인권 소위는 미 국무부 관리와 '국경 없는 기자회'간부도 부를 방침이다.

구글은 며칠 전 '민주 개혁''대만 독립''파룬궁''티베트' 등 중국 정부를 자극하는 단어의 검색 기능을 차단한 중국판 구글(www.google.cn)을 조만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인권 소위 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뉴저지) 하원의원은 "구글의 이런 행위는 '나쁜 일을 하지 말라(Don'be evil)'는 회사의 좌우명에 맞지 않는다"며 "돈 몇 푼 때문에 중국 당국의 검열에 협력하는 자세는 악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구글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사기업들이 민주주의를 증진시킬 의무는 없지만 반체제 인사를 찾아내고, 인권 침해가 가능하도록 그 나라 정부를 돕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중인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우리의 결정과 상관없이 중국 정부는 이미 인터넷 검색 사이트들을 검열하고 있다"며 "구글이 중국 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 단어를 막기로 한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경 없는 기자회'는 이달 초 특정 단어의 검색을 막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인터넷 검열 프로그램을 인권 탄압 국가에 판매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법안을 미 의회에 청원한 상태다. 이 법이 만들어지면 미 국무부에 의해 인권 탄압 국가로 분류된 나라에는 미 상무부의 허가 없이는 인터넷 검열 프로그램을 팔 수 없게 된다.

'국경 없는 기자회'의 탈라 도우랏샤히 뉴욕지부장은 "기업들도 제네바 인권협약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협력한 회사의 모기업이나 주식 소유자들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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