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세 땐 성장 잠재력 약화" 무디스 한국담당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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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신용평가회사인 미국 무디스사가 한국에서 논란이 된 증세 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현 단계에서 무리하게 세금을 인상하면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무디스사의 한국 담당인 토머스 번 부사장은 26일 주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 주관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의 현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 유럽형 사회복지 정책을 펴는 것은 무리"라며 "그럼에도 이 같은 정책을 강행할 경우 유럽과 같은 저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먼저 많은 과제를 끝마친 뒤 유럽의 소득수준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번 부사장은 특히 한국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세금이 갑자기 인상될 경우 장기 성장 잠재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재정 문제에 대해선 "한국 정부의 부채비율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사회복지 관련 지출의 대폭적인 증가와 북한 문제가 재정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처럼 갖가지 경고를 말하면서도 번 부사장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대체로 밝게 봤다. 그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5%에 이르며 물가상승률은 2%에 머무르는 등 거시경제적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여 올해도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번 부사장은 북한 문제가 한국의 신용평가에 방해요인은 되지만 한계를 설정하는 요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한국의 신용등급 상승을 방해하긴 하지만 이를 완전히 막는 요소는 아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북한 문제가 충돌로 이어지면 심각한 혼란이 일어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북한 핵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당분간 한국의 신용등급은 말레이시아와 같은 A3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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