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한국에 사는 당신은 '다름'을 인정하는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당신들의 대한민국 02
박노자 지음, 한겨레출판, 320쪽, 9500원

박노자(33.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한국학) 교수를 만난 사람은 두 번 놀란다. 러시아 출신 귀화 한국인인 그의 한글 부리는 솜씨가 첫째다. 글 똑 부러지게 쓰고 말 명쾌하게 잘한다. 동서양 학문을 두루 판 뒤 노장 사상에 심취해 이름까지 '노자'라 지었다. 더 놀라운 건 박 교수가 한국의 치부를 들추어내 따끔하게 볼기를 칠 때 보여주는 명징함이다. 안에 있는 사람이 미처 보지 못한 것, 보고도 못 본 척한 것을 바깥 사람인 그가 지나치는 법이 없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는' 이 무서운 이방인의 말은 처음 듣기에는 거슬리나 결국 우리 모두의 살이 되고 피가 된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2'는 제목에서 이미 '박노자다움'을 보여준다. '주식회사' 대한민국, '병영국가' 대한민국으로 흘러가는 현실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예를 들어, 그가 보기에 '영자(英字)의 전성시대'로 가는 이 나라에서 유치원 때부터 주류에 편입될 수 있는 강남 아이들이 바로 '당신들'이다.

"박정희 때 만들어진 '강남특별시'의 시민들에게는 저들의 식민지가 된 나머지 대한민국을 통치하기 위해 박정희가 늘 필요한 것이다" 같은 구절에 비치는 한국사회의 초상은 회색빛이다. 일종의 '국민 종교'가 돼버린 '명함 숭배'와 '명함이 사람 잡는' 세상에 대한 한 마디도 우울하다. 일상 생활이나 언론에서 군사 용어를 너무 많이 쓴다는 지적에 이르면 얼굴이 화끈해진다. 특히 '보수 정치권이 반국가 단체인 이유'라는 글은 곱씹어볼 대목이 있다.

"한마디로 진정한 의미의 강함은 '다름'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성숙한 분위기를 의미한다. '반국가 단체'가 정말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국가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보수 정치인들이다."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