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서정… 「황금분할」의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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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형규씨는 가장 의욕스런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핀란드· 인도네시아에서도 연주했고, 지난 2월엔 한국음악가로서는 최초로 유고의 국립방송교향악단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4번), 3월엔 베를린 심퍼니 오케스트러와 협연해 세계정상무대에서의 연주에 대해 열정적이며 수정같은 음이라는 찬사로 높은 평가를 받은바있다.
그후 고국에 돌아와 이미 4일 울산, 7일 부산, 10일 호암아트홀의 연주를 가졌고 114일 여수, 16일 대구의 강행군 순회연주를 갖고있다.
또한 11월엔 호주, 88년 1월엔 영국의 무대가 잡혀 있단다. 외국과 서울의 연주회도 중요하지만 메마른 지방의 전원문화에 대해서도 예전부터 애정을 갖는 자세야말로 훨씬 칭찬해야 할 것이다.
그의 연주는 짜임새있고 정확한 황금분할의 음, 맑고 부드러운 음, 유려한 흐름, 짙은 서정성등으로 하여금 감상의 삼매경으로 이끌어 준다.
그러나 작품에 따라서는 객기와 극적인 긴장감이 소홀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즉, 「베토벤」 소나타는 개성이 미흡한 작품이긴 해도 제1, 제3악장에선 작자의 품성, 즉 극적인 박진력과 긴장감이 좀더 떠올라져야 할 것이다.
「팔랴」의 환상곡은 흡사 무당굿에서의 광분의 열기를 떠 올리는듯 사설은 없으나 로맨틱한 정감이 자극적이었다.
윤해중의 작품은 표현성의 계보인데 표제와 그 표제성 (악상)의 풀이에 있어 우리 풍토적 가무의 리듬, 가락에서 추출해 보기를 권해두고 싶다. (연주는 돋보였지만)
「슈만」은 역시 변주곡이나 모음곡 따위의 수필문학의 작품체질이 맞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제3악장의 스케르초와 간주곡이 작품이나 조형이 돋보인 명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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