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동심판제 내년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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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정부가 해고나 임금 미지급 등 급증하는 노사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판사와 노사 양측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사법제도인 '노동심판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노동심판제란 판사.경영자 측 전문위원.노동자 측 전문위원 등 세 명이 합의체를 만들어 분쟁을 심리해 합의를 위한 조정을 꾀하되 조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합의체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는 정식 재판은 아니지만 심판에서 내려진 결론은 법적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일반 전문가가 참가하는 새로운 사법제도의 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사법제도개혁추진본부(본부장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산하 노동검토회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심판제 신설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보완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에 실시할 계획이다.

추진본부의 안에 따르면 노동심판은 ▶양측의 주장을 청취하는 1차 심리▶관계자들의 진술과 관련 법규 검토가 이뤄지는 2차 심리 순으로 이뤄지며 3차 심리에서는 최종 결론이 내려진다.

노동심판제의 결론은 당사자들이 수용할 경우 재판상의 화해.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당사자가 이에 불복할 경우 통상적인 소송절차를 거쳐 정식 재판을 하게 된다.

일본 정부가 노동심판제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10년 넘게 불황이 이어지면서 노동 관련 소송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지방법원에 접수된 건수는 2천3백건으로 버블이 한창이던 1991년의 3.5배에 달하고 있다. 또 사안의 성격상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재판이 장기화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선 현재 정식 재판 외의 분쟁해결 절차로 민사조정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주적으로 당사자 간 이견을 좁히도록 하는 기능에 그쳐 복잡한 노사분쟁에는 별 도움이 안되고 있다. 2000년 민사조정 총 건수는 2만3천9백1건이었으나 이 중 노동 관련 건수는 1백14건에 불과했다.

따라서 정식 재판과 민사조정의 중간 성격인 노동심판제를 통해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새 제도에는 전문성과 객관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도도 들어 있다. 노동 관련 소송은 그동안 노사 양측에서 "재판부가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노동현장의 실정을 제대로 모른다"는 불만을 사 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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