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5대 종합상사 순익 절반은 자원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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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의 무역 회사인 미쓰비시(三菱) 상사 얘기다. 미쓰비시는 2004년 매출액 160조원 중 약 45%인 70조원을 원유.천연가스.금속광물 등 각종 자원의 해외 개발.생산.교역을 통해 올렸다. 미쓰비시는 이 밖에도 미국 멕시코만 일대 9개 광구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했거나 탐사 중이고, 러시아 사할린 유전.천연가스전 개발에 약 20억 달러(2조원)를 투자했다. 자원 사업이 본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미쓰비시는 미국.호주.베트남.브라질.가봉 등 세계 25개국에서 에너지와 광물 자원을 탐사하고 캐내고 있다. 미국.러시아.카스피해.남미.아프리카의 원유, 호주.동남아시아의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호주의 철광석과 석탄, 페루의 아연 등 자원이 있는 곳이면 미쓰비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 회사는 자원을 맡고 있는 직원만 1만 명이 넘는다. 30명 내외인 국내 종합상사와는 비교가 안 된다. 미쓰비시뿐만 아니다. 미쓰이(三井).이토추(伊藤忠).스미토모(住友).마루베니(丸紅) 등 일본 종합상사들은 세계 곳곳의 자원 개발권을 쓸어 모으다시피 한다. 이들 5대 상사는 2004년 순이익의 50%가량을 자원 사업에서 얻었다.

세계 구리의 38%를 생산하는 칠레의 구리 광산도 대부분 일본 상사가 차지하고 있다. 미쓰이와 마루베니는 칠레 1.3.4위 광산의 지분을 많게는 40%까지 갖고 있다. 일본 상사들은 이렇게 확보한 자원을 다른 나라에 팔지 않고 거의 다 일본으로 가져가 자국의 자원 걱정을 덜어 주고 있다. 미쓰이가 해외 유전 개발을 통해 확보한 원유만 약 20억 배럴(매장량 기준)에 이른다. 이는 일본 전체의 1년 소비량이다. 해외 자원 개발에 열을 올리다 보니 일본 상사끼리 맞붙어 경쟁하는 일도 생긴다. 미쓰이와 스미토모는 2003년 인도네시아 천연가스전 개발과 2004년 3월 호주 서부 해상 유전 입찰에서 잇따라 맞붙었다.

미쓰비시 에너지사업 그룹의 히다 게이고(飛田圭吾) 부장은 "우린 단지 우리와 주주의 이익만을 살필 뿐이다. 그에 따라 일본 기업끼리 경쟁도 하고 손을 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 상사들은 자원 분야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선언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2004년 발표한 중기 경영계획 '이노베이션 2007'에서 자원을 주력 사업으로 내세웠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는 세계 메이저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가토 세이지 부사장은 지난해 "유럽의 석유 회사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스미토모도 신중기경영계획(2005~2007년)에서 자원 분야에 최우선 투자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내 종합상사 관계자는 "한국 종합상사들이 한 해 자원 개발에 투자하는 금액은 수백억원 선인 데 비해 일본은 그 수십 배인 1조~2조원에 이른다"며 "일본 상사들이 투자를 더 늘리면 해외 자원 확보 전쟁에서 우리 업체들이 성과를 거두기는 더욱 힘겨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팀장=양선희 차장(경제부문), 미국=권혁주.서경호 기자, 중국=최준호 기자,

유럽.카자흐스탄=윤창희 기자(이상 경제부문), 호주=최지영 기자(국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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