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파일] 동성애자도 우리 가족인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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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국내외 영화계에는 예쁘장한 남자 동성애자를 뜻하는 '꽃미남 게이'가 화제다. 충무로에선 여장남자 공길(이준기)이 등장하는 '왕의 남자'가 관객 수 600만 고지를 넘어섰고, 할리우드에선 카우보이들의 동성애를 그린 '브로큰백 마운틴'이 16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일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26일 개봉)에도 꽃미남 게이가 나온다. 젊고 잘생겼지만 영혼 깊숙이 외로움을 감추고 사는 남자 하루히코 역의 오다기리 조(30)다. 그는 지난해 이 영화로 일본의 영화전문지 키네마순보가 주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가 동성애에 접근하는 방식은 '왕의 남자'와 사뭇 다르다. '왕의 남자'가 한국 사회의 거부감을 의식해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동성애 코드를 정작 영화 속에서는 조심스럽게 다뤘다면 '메종…'는 본격적으로 동성애 문제를 다룬다.

'히미코의 집'이란 뜻의 제목은 영화에서 나이 들어 은퇴한 게이들이 모여 사는 양로원의 이름이다. 도쿄의 유명한 게이바 마담 출신인 히미코(다나카 민)가 세운 이곳은 유럽의 바닷가 리조트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동성애자들은 어둡고 힘들게 살아갈 것이란 편견과 달리 여기선 밝고 유쾌한 웃음이 흐른다. 동성애자들끼리 모여 사는 덕분에 외부의 편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해방구이자 낙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로원이기 때문에 늙고 병들고 죽는 이야기가 빠질 순 없다.

영화는 죽음을 앞둔 히미코가 유일한 혈육인 딸 사오리(시바사키 코)를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히미코의 애인이자 양로원 관리인인 하루히코는 히미코를 대신해 사오리를 찾아가 양로원의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사오리는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남아 있지만 죽은 어머니가 남긴 막대한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루히코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해서 아버지의 양로원에서 일하게 된 사오리는 처음엔 낯선 게이들의 모습에 당황하지만 서서히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후반부에서 양로원의 노인들과 사오리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영화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래 가사는 어머니에 대한 뜨거운 그리움을 담고 있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가족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똑같은 사람일 뿐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듯하다.

주정완 기자

*** 바로잡습니다

1월 26일자 21면 '동성애자도 우리 가족인걸…' 기사에서 일본의 영화전문지 '키네마준보'는 '키네마순보'로 바로잡습니다. 한자어 '순보(旬報)'를 일본식 발음으로 할 때는 '준포'이지만 일본 잡지명은 중앙일보 표기원칙에 맞춰 우리말 발음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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