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빨래·청소…고학력·고소득 남편일수록 많이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집에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는 등 가사일을 하는 남편이 많아지고 있다. 40~60대 보다는 20~30대 남편이 가사일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특히 고학력·고소득 남성일수록 집안일을 많이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연구해 8일 발표한 자료를 따르면 '1주일에 한 번 정도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고 응답한 남성은 15.3%로 조사됐다. 2006년 같은 조사에서는 11.5%였다. 10년 사이 3.8%p 오른 셈이다. 20대(18~29세) 남편들은 36.4%가 1주일에 한 번은 저녁 만든다고 답했다. 2006년 10.3%에서 크게 늘었다. 30대 남편들도 10년 전 16.2%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1.9%로 나타났다.

학력별로 보면 대졸 이상 남편(20.6%)이 고졸 남편(12.3%)보다 1주일에 한 번 저녁을 준비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별로도 차이가 났다. 가구소득도 월 300만원 미만은 14.6%로 나타났지만, 500만원 이상은 16.2%로 조사됐다.

1주일에 한 번쯤 빨래를 한다고 응답한 남편 비율은 2006년 9.1%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2.0%로 나타났다. 30대의 경우 10년 사이 10.7%에서 20.3%로 늘어났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청소를 하는 남편의 비율도 19.8%에서 21.6%로 올랐다. 30대 남편의 경우 10년 전 24.2%에서 29.7%로 늘었다. 젊은 남편들일수록 식사 준비와 세탁, 청소 등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교육확대를 통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 신장이 성평등적 태도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저소득자는 상대적으로 학력 수준이 낮아 전통적 가치관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고소득가구는 맞벌이 비중이 높아 그만큼 남성이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정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했다. 또, 연구팀은 가사를 나눠야 하는 맞벌이 부부가 늘었다는 점도 이 같은 추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52명(남성 476명, 여성 576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6년 6∼11월 사이 남녀 성 역할 인식변화, 부양 책임, 가족 가치, 가족 유대, 가사 분담, 결혼 만족도 등에 대해 면접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