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있나"…시민들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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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화는 없고 폭력만 날뛰었다. 끝내 이성을 잃은 근로자들은 시청에 난입, 기물을 부수고 차고에 불을 질렀다. 승용차를 뒤엎고 불태우고 깨부쉈다. 60만 대도시기능이 한때 마비됐다.
회사도 당국도 근로자 자신들이 뽑은 「민주노조집행부도 설득·통제를 못하는 무법의 난동사태에 시민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렸다. 근로자들의 정당한 노동쟁의와는 별개로 『폭력이 더 이상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방적 폭력난동의 혼란중에 놀란 20대 운전사가 트럭을 급히 몰다 시위근로자들이 죽고 다치는 참변도 생겼다.
◇시청난입=하오5시30분 시청앞에 도착한 시위근로자 1만여명은 시청앞 마당과 도로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다 하오7시15분쯤 윤세달 울산시장이 노조간부들에게 『책임지고 회사측과 중재해 임금협상이 타결되도록 하겠다. 여기서는 시민들이 불편하니 함께 공설운동장으로 가자』고 설득, 노조측에서 이를 받아들여 이형건노조위원장과 윤시장이 앞장서서 7시40분쯤 근로자 5천여명이 시청구내를 빠져나갔다.
이때 농성장소 이전에 반발한 근로자 1천여명이 『시청에서 협상을 끝내야 한다』며 노조간부들과 시청건물을 향해 돌·헬밋 등을 던지며 순식간에 폭도로 돌변, 이중 1백여명이 건물 안으로 난입해 1∼3층을 오르내리며 시청 홍보판·액자 및 현관, l∼2층 유리창 거의 전부, 3∼4층 유리창 일부 등 3백30여장을 부수고 1층 도시계획과·2층 위민실 등 4개 사무실의 복사기와 집기 등을 각목으로 닥치는 대로 부쉈다. 이 때문에 시청 안에 남아있던 시청직원 4백여명이 겁에 질려 밖으로 긴급 대피했으며 교환양들도 피신, 하오8시10분부터 9시30분까지 시청교환전화가 불통됐다.
◇방화=흥분한 근로자들은 하오8시10분쫌 시청 뒷마당으로 몰려가 차고에있던 연료탱크를 열어 휘발유를 꺼내 주차장 바닥에 뿌린 뒤 불을 질렀다. 이 불로 경남1가1201호 울산시장의 스텔라 승용차 등 승용차 7대가 불타고 1백평짜리 차고·이발소·휴게소가 전소됐다.
◇농성=윤시장 등과 함께 시청을 빠져나간 근로자 5천여명은 학성동을 거쳐 하오9시쯤 중장비일부를 끌고 공설운동장에 도착한 뒤 「25% 임금인상」「정주영 직접 나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하오10시쯤에는 시청에 남아있던 근로자들도 합세, 모두 1만여명이 운동장 잔디밭에 모닥불 30여개를 피워놓고 50∼1백여명씩 둘러앉아 술에 취한 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했다.
◇취재방해=근로자들은 2일 하오8시쯤 울산시청 앞에서 시위현장을 취재하던 중앙일보사진부 최재영·고일석기자 등 2명에게 욕설을 하면서 각목 등으로 위협, 필름을 빼앗는 등 취재방해를 했다.
또 일본 NHK-TV 기자들로부터 카메라를 빼앗아 부쉈고 KBS기자들이 현대중공업 안으로 들어가 취재하려하자 욕실을 하면서 제지하기도 했다. <울산특별취재반 ▲사회부="길진현·조용현·김두우기자" ▲사진부="최재영·고일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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