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재산은 왜 부수나" 김두우 <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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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길이 차고를 휩싸고 검은 연기가 밤하늘로 치솟았다.
여기저기서 돌멩이가 날며 쨍강쨍강 유리창이 깨져 우박처럼 쏟아져내렸다. 일부 근로자들은 승용차를 뒤집어엎어 부수고 있었다.
흡사 전쟁터였다.
길거리에 나와 걱정스런 표정으로 지켜보던 시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성미급한 일부시민들은 불길이 치솟는 뒷문 쪽으로 몰려갔다.『당신들, 시민세금으로 지은 시청을 왜 부수는거요.』
『도대체 이렇게해서 어꺼겠다는거요.』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문을 지키고 있던 10여명의 근로자들은 뒤가 켕겼던지 슬금슬금 흩어져 사라졌다.
그러나 입에서 술냄새가 풍기는 1백여 근로자들의 이성을 잃은 난동은 계속됐다.
『어휴 저걸 그냥…. 모조리 잡아다가 치도곤을 안겨야 하는건데』
분노의 표정으로 웅성거리는 시민들 틈에서 한 장년이 주먹을 부르쥐는 목소리도 들렸다.
시민들의 눈길을 의식한 일부 근로자들이『질서, 질서』를 외치다 난동근로자들과 충돌해 근로자들끼리 싸움을 벌이는 희극적 광경도 벌어졌다.
2일 하오8시20분쯤 현대그룹 근로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인 울산시청.
이날 근로자들은 시청·공설운동장 농성현장에 기자들의 출입도 막았다.『왜곡보도를 일삼는 기자들은 필요없다』는 주장.『무엇이 왜곡보도됐느냐』고 반문하자 아무 대답을 못하면서도 뒤쪽에서『막아, 막아』무조건내지르는 소리에 힘을 얻은듯 막무가내로 앞을 막았다.
곳곳에서 자신들이 뽑은「민주노조」집행부가「질서」를 호소했지만 일부과격 근로자들은 돌팔매를 던지며 멋대로의 난동이었다.
시청까지 행진할때만 해도 물까지 떠다주던 시민들은 공설운동장으로 옮겨갈 때쯤은 이미 싸늘하게 시선이 식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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