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TV복귀하는 장미희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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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20대가 유난히 아픈 세월이었을까. 이제 나이 서른. 나이를 먹는 것을 아쉬워할 수만은 없으며 오히려 한해 한해세월이 흐르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까지 털어놓는다.
지난달 31일 귀국한 장미희양(30) 6년만에 TV에 돌아온다.
『저를 둘러싼 소문들요? 떠도는 소문은 소문으로만 허공에 있고 저는 저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반문하면서 가볍게 한숨을 쉰다. 유랑의 깊고 푸른 밤들을 잠시 떠올리는듯한 얼굴이다.
그녀가 K-2TV의 새 주말극 『타인』에 출연 제의를 받은 것은 지난 7월초. 『결혼후 첫 사랑의 남자를 우연히 생의 길목에서 마주치는 것. 살아가면서 우리는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리움 속에서 발효된 30대의 성숙한 사랑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영화 『황진이』에서 죽음의 그늘마저 엿보일만큼 여위었던 그녀는 이제 거짓말처럼 해맑기만하다. 미국에 있으면서 영화연출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런 탓일까 연기에 대한 그녀의 이론은 치밀하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때 그것을 감추려고 하는게 당연해요. 그런데 연기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눈물을 뚝뚝 흘리는게 이상한 일 아니예요? 공감은 가장 구체적이고 사실에 맞을 때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봐요.』 연기생활 12년에 접어든 그녀는 그동안 38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TV드라머는 무려 52편에 달한다 (어머니 최숙희 여사의 정확한 기억).
『지난 75년 데뷔했을 때 선배들이 모두 「연기자가 되기전에 인간이 되라」고들 하셨어요. 그 어린나이(18)에 저는 「인간」이 되려고 애써봤어요. 인간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이제 생각해보니 저에게 맞는 말은「연기자를 통해서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느껴져요.』 사람과 사물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 자신의 생이라는 것이다.
미국 체류는 꼭 3년째. 『언제 다시 미국에 돌아가느냐고요? 귀국한지 하루밖에 안됐어요. 벌써부터 쫓아내시려는 건가요. 너무해요.』.
드라머 『타인』을 통해 먼 이방의 「타인」이기를 이제 마감하겠다는 그녀. 바로키 1백66㎝에 48㎏인 여배우 장미희다.<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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