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勞使 상견례부터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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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제 도입 법안을 놓고 정치권이 논란에 휩싸였다. 여야의 입장이 다르고 3당 총무와 관련 상임위의 시간표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임금협상 결과에 충격을 받은 재계는 "정부안대로라도 하루빨리 입법해 달라"고 아우성인 반면 정작 국회 해당 상임위는 노동계 눈치만 보며 머뭇거리기만 해 비난 여론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상견례부터 신경전=8일 국회에서 송훈석(宋勳錫.민주당)환노위원장 중재로 열린 노사정 협상에서는 시작부터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조남홍(趙南弘)경총 부회장은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면 오늘이라도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김성태 한국노총 사무총장의 말에 "노동계 단일안을 보면 전혀 현실을 무시하고 하늘에 붕 떠 있기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타협을 위해 박수부터 치고 시작하자"는 金총장의 제의에는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라. 좀 진솔하라"며 "1백을 요구하고 20을 양보한 뒤 '우리가 양보했다'고 자랑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쏘아붙였다.

또 양대 노총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환노위 간사인 박혁규(朴赫圭)의원에게 "한나라당은 12일까지 합의가 안되면 13일 처리하겠다고 하는데, 그럼 우리더러 당장 파업하라는 거냐"고 따졌고, 朴의원은 "13일까지 되면 좋고 안되면 이달 말까지 처리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두 시간여 협상이 끝난 뒤 宋위원장은 "본격 협상은 12~14일 열기로 했다"며 "마지막 협상이니 만큼 막판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한 참석자는 "협상을 최대한 빨리 끝내자는 재계와 서두를 것 없다는 노동계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14일 협상 시한을 지키기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법 서두르는 3당 총무=환노위 발표가 전해지자 3당 총무단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총무는 "주5일 근무제 법안을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전날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洪총무는 "민주당에서는 14일까지 노사정 합의를 기다려보자며 법안 처리를 이달 말로 늦추는데, 그러면 전 산업이 무너지고 말 것"이라며 "현대차 모델이 풍미하도록 내버려둘 순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와도 비공식 접촉을 통해 동의를 받았다"고도 했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총무도 "노사정 합의가 매우 어려울 것인데, 현대 계열사들이 속속 무너지는 판에 그것만 마냥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13일 본회의 처리에 동조했다.

◆입장 뒤바뀐 여야=하지만 정작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팔짱만 끼고 있다. 정대철(鄭大哲)대표는 이날 권기홍(權奇洪)노동부 장관이 찾아와 정부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 데 대해 "노사정 합의를 지켜본 뒤 늦어도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정세균(丁世均)정책위의장도 "지난달 여야 정책협의회에서 이달 15일까지 노사정 합의를 지켜보기로 한 만큼 협상 결과를 기다리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야당이 정부안을 받겠다는데 정작 여당은 노동계 눈치만 보고 있다"며 "완전히 여야가 뒤바뀐 셈"이라고 꼬집었다.

박신홍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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