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파리의 종업원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17호 31면

프랑스에 다녀온 사람들이 “한국 서비스가 훨씬 낫다”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다. 파리를 꿈꾸며 갔는데 막상 불친절한 대우를 받고는 실망해서 돌아오곤 한다.

서비스의 질은 종업원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고객을 최대한 만족시킬 준비가 된 종업원들이 항상 반가운 미소를 짓고 인사한다. 반면 파리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무뚝뚝하고 찡그린 얼굴을 한 종업원을 찾아보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고객에게 말을 조금밖에 하지 않는데다가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식당이나 가게에서 10~15분 넘게 기다리다 보면 마음이 급해진 한국인들은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며 안절부절하게 마련이다. 결국엔 이런 질문을 머릿속에서 반복하면서 ‘고객이 왕’이라는 말을 잊어버려야 한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더욱더 짜증나게 하는 것은 손님이 원하는 대로 잘 맞춰주지 않는 프랑스 종업원들의 태도다.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오면 다른 세상처럼 보인다. 서비스 수준이나 고객에 대한 배려를 비교해 보고 “너무 좋다”고 감사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친절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손님들에게 과도한 선택 옵션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정보와 안내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구별이 잘 안되는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선택을 하라고 하면 결정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어떤 여성 고객이 일요일 아침에 스킨케어를 받으러 서울 시내 한 호텔을 찾아갔다. 여성 종업원은 여러 가지 서비스 종류를 설명하면서 어떤 것을 고를지를 물어봤다. 그러자 이 여성 고객은 반가운 얼굴보다 걱정하는 표정을 내비쳤다. 말 없이 눈으로만 메뉴를 보다가 결국 입에서 “선택해야 하는 것이 참 많네”라고 말했다. 모처럼 일요일 아침에 휴식을 취할 겸 스킨케어를 받으려고 했는데 여기서도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결국 선택하기가 귀찮아서 이 여성 고객은 “아무거나 그냥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한국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면 개성있는 선택을 하기보다는 대중을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많은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 반면 개인주의가 강한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고객이 스스로 요구하는 풍조가 강하다. 세 라 비(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이다)! 이것이 바로 삶의 아이러니 아니겠나.

이리나 코르군
한국외국어대 러시아 연구소 초빙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