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철민 “朴대통령 ‘나쁜사람’ 지적에 유진룡과 서로 놀라 쳐다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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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현 프랑스 대사·사진)이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하며 직접 인사 조치를 지시해 당황스러웠다고 진술했다.

1일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모 전 수석은 2013년 8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과 대통령 대면보고를 할 때 박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 그러더라’며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을 콕 집어 말한 사실을 인정했다.

모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이들에 대해 체육개혁 의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며 “대통령이 국ㆍ과장급의 이름을 거명하며 인사 조치를 한 것은 이례적이었다”고 증언했다.

모 전 수석은 이어 “당시 놀랍고 당황스러워서 유 전 장관과 서로 쳐다봤던 것 같다”며 “이후 유 전 장관과 ‘대통령의 뜻이 그러시니 어쩔 수 없지 않으냐’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모 전 수석은 이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박 대통령이 지시한 인사 조치는 어떻게 됐느냐”고 확인했고 이에 해외 출장 중이던 유 전 장관에게 전화해 “서둘러야겠다”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나쁜 사람’으로 할 정도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의 보고서에 대해 모 전 수석은 ‘제대로 작성된 보고서’라고 증언했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의 ‘승마협회 비리 보고서’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승마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친 후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작성한 승마협회 비리 관련 보고서다.

이날 “2013년 7월 노태강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이 작성해 보고한 승마협회 보고서가 허술하게 작성됐었냐”는 국회 소추위원단의 질문에 모 전 수석은 “당시에는 보고서가 잘 돼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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