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정상회담 또 연기…당분간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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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개최가 무산돼 이달 초로 일정이 조율돼왔던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다시 연기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31일 “일본이 의장국인 3국 정상회의 개최가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일 소녀상 갈등…중국도 미온적

신문은 “지난해 말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이후 한·일간 대화 분위기가 약해진데다 중국이 한·일 대립을 관망하고 있어 회의 개최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3국 정상회의가 늦춰지는 데는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측은 중국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타진했지만 중국은 “회의를 위한 회의는 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과 교섭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한·일 관계 냉각이 자국에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점과 올해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일본과의 회담이 국내 여론을 자극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회의 개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특히 당면한 걸림돌은 악화된 한·일 관계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귀국시킨 데 이어 올해 3~4월 초·중 학습지도요령에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명기하기로 하면서 관계 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주한 일본 대사의 복귀 움직임도 아직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달 30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은 의무를 다하고 있다. 한국에도 위안부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기에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강경 대응으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니혼게이자이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72%가 주한 대사의 귀국 조치를 지지했으며, 아베 내각 지지율은 66%로 조사됐다.

신문은 오는 16~17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한·일 장관의 참석이 예정된 만큼 3국 정상회의 일정을 그 때 조율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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