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기초 삼국사신도 발견|삼국시대 귀족·관리들 복식연구에 귀중한 자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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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세기초 중국에 파견된 고구려·백제·신라등 삼국 사신들의 모습을 담은 사신도가 발견됐다. 이 사신도는 최근 일본인학자 「에노키·가즈오」(가일웅·동경대명예교수)씨가 대만 고궁박물관에서 찾아낸 것을 재일사학자 이성시씨(와세다대강사)가 입수, 국내학계에 알려옴으로써 공개됐다.
이 사신도는 원래 『양직공도』에 실려있던 것이다. 『양직공도』는 6세기초 중국 양나라(남·북조시대의 남조국가) 무제의 7번째 왕자로 형주랄사를 지내고 있던 소역(후에 원제)이 편찬한 화집으로 당시 양과국교를 맺고 있던 35개국의 사신 모습을 모두 담고 있다. 그러나 현재원본은 전하지 않고 지난60년 중공학자 김유낙이 송나라때 이를 모사한 것의 일부를 남경박물관에서 찾아낸바 있다.
이는 35개국중 13개국의 사신도였는데 여기엔 삼국중 유일하게 백제사신도가 포함돼 있어 국내학계를 흥분시킨바 있으며 고 이홍직박사가 이를 연구했다.
「에노키」씨는 이번에 대만 고궁박물관에서 『양직공도』의 모사본이 두벌이나 소장돼 있음을 확인했는데 하나는 당초기의 명화가 염립본이 모사한 24개국 26명의 사신도며 또 하나는 남당 고덕겸이 모사한 32개국 35명의 사신모습을 담은 것. 두벌 모두에 고구려·백제·신라의 당시 사신모습들을 담고 있어 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란히 그 자태를 드러낸 삼국의 사신들은 용모와 의복에서 각각 변화를 보이는데 특히 머리에 쓰는 책은 뚜렷한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7세기 중엽에 저술된『한원』은 『양직공도』의 내용을 인용, 『고구려 부인의 옷은 희며 남자의 옷은 홍면이다. 이를 금은으로 장식하고 있는데 귀인은 머리에 책을 쓰고 그 뒤에 금은으로 만든 사슴뿔 모양의 것을 달고 있다』고 기록한바 있다.
국내 학자들은 이번 발굴된 자료가 삼국시대 귀족과 고급관료들의 용모와 복식에 대한 비교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신도를 검토한 이기동교수(동국대)는 『사료빈곤에 허덕이는 한국고대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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